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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화물연대 탈퇴해야 복귀”…노조 ‘불법 탄압’ 문자, 뒷배는?

등록 2022-12-11 19:17수정 2022-12-13 18:02

정유사 일감 배차 수송사들, 파업철회 기사들에게 문자
노조탈퇴·노조간부 퇴사 등 요구…화물연대 고소 방침
화물연대 파업 13일째인 지난 6일 석유화학업체가 밀집한 전남 여수국가산업단지에 운행을 중단한 정유차가 세워져 있다. 여수/연합뉴스
화물연대 파업 13일째인 지난 6일 석유화학업체가 밀집한 전남 여수국가산업단지에 운행을 중단한 정유차가 세워져 있다. 여수/연합뉴스

민주노총 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 화물연대본부가 9일 총파업을 철회하고 조합원들이 속속 현장에 복귀하는 가운데, 일부 정유 수송사가 파업 참가 노동자를 상대로 ‘일감을 받으려면 화물연대를 탈퇴하라’고 강요한 것으로 드러났다. 노조 조합원임을 이유로 불이익을 주고 탈퇴를 강제하는 건 노조법이 금지하는 부당노동행위다.

현대오일뱅크의 한 수송사에서 화물기사들에게 보낸 공지. 화물연대 탈퇴, 간부 퇴사(계약 해지)를 복귀 조건으로 걸고 있다. 현대오일뱅크 오일탱크로리지부 제공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11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현대오일뱅크의 충남 대산 지역 수송사 한 곳은 화물 노동자들에게 9일 “내일부터 수송 복귀로 알고 있는데, 복귀 조건이 있다”며 화물연대 탈퇴자에 한해 복귀를 허용한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수송사는 또 △화물연대 탈퇴해 복귀해도 노조 간부는 퇴사(계약 해지) △퇴사자 차량은 내부에서 매각(매각 시까지 수송 금지) △기존 복귀자에게 압박 행사 때 계약해지 등의 조건을 달았다. 특히 노조 간부가 계약해지를 하지 않으면 다른 기사들에게도 일감을 주지 않겠다고 공지했다. 천안 지역에 있는 한 수송사는 처음에는 노조 탈퇴를 조건으로 말하며 배차를 전면 빼겠다고 했다가, 9일에는 ‘7일 운송정지’ 징계를 내리겠다는 문자를 보냈다. 탈퇴 요구를 듣지 않은 것과 관련해 “수송업무복귀 의사가 없음을 확인하였다”며 ‘규정 위반 조치 기준’의 ‘사전 통보 없는 운행 중지’ 조항을 어겼다는 취지로 징계한다는 것이다. <한겨레>가 입수한 현대오일뱅크 수송사의 ‘규정 위반 조치 기준’ 표를 보면, 규정 위반 항목이 29개이고, 각각 횟수별로 1일 정지부터 등록말소까지 기준이 명시돼 있다. 항목 20번 ‘배차원의 정당한 배차 임의 거부 시’ 1회 7일 정지의 징계가 내려진다. SK에너지 수송사의 징계지침 역시 상세한 조치 기준 몇 개를 제외하고는 같다. 이 징계 조항은 “사실상 본사 지침”이라는 것이 조합원들의 설명이다. 이들 수송사는 현대오일뱅크 화물 노동자 230명 중 70여명이 속한 곳이다.

화물연대 현대오일뱅크지부 제공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화물연대가 공문을 보내 “불법 부당행위를 멈추라”고 항의하고 강경 대응을 시사하자 수송사들은 10일 “정상적으로 배차를 해주겠다”고 말을 바꿨다. 백상현 화물연대 현대오일뱅크 오일탱크로리지부 조직부장은 “수송사가 복귀를 조건으로 온갖 회유와 강요, 협박을 일삼고 있는 형국”이라며 “복귀 이후에도 이런 방식의 협박이 계속될 수 있다는 우려가 기사들 사이에 만연하다”고 말했다. 화물연대는 12일 이들 수송사를 고소할 예정이다.

지에스(GS)칼텍스 자회사인 수송 회사 지에스엠비즈도 화물연대 탈퇴 압박을 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지에스엠비즈 소속 화물기사 ㄱ씨는 “회사 직원이 ‘우리 입으로 직접 탈퇴를 요구할 수는 없다. 하지만 대가가 있어야 하지 않겠나’라고 나에게 말했다”며 “직원들은 이런 발언을 당연히 노조 탈퇴로 받아들이고 그냥 탈퇴서를 제출하고 말겠다는 분들도 많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에스칼텍스 쪽 다른 수송사 두 곳의 조합원 10여명은 무더기로 탈퇴서를 제출한 뒤 업무에 복귀했다. 수송사 직원이 조합원 6명의 탈퇴 신청서를 대필한 것으로 보이는 정황도 나왔다. 9일 화물연대 인천지역본부에는 사용한 필기구와 필체가 똑같아 보이는 7장의 탈퇴 신청서가 들어왔다.

박지홍 지에스칼텍스지회 사무차장은 “지에스엠비즈 소속 기사들은 업무복귀를 하겠다고 했지만 12일까지 배차를 안 줬다”며 “3일 동안 일을 안 주는 건 압박이고, 길들이기”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지에스칼텍스 쪽은 “금요일에 토, 일, 월 배차를 하다 보니 금요일 오후에 업무복귀를 한다고 하신 분들은 늦어서 배차를 주지 못한 것일 뿐”이라며 “복귀 조건을 내걸거나 압박하는 뉘앙스로 말하는 경우는 전혀 없는 걸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한겨레>가 입수한 현대오일뱅크, SK에너지 소속 수송사 징계지침 목록.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장현은 기자 mix@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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