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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10명 중 1명만 정규직으로 탈출 ‘비정규직 수렁’

등록 2007-04-12 19:01수정 2007-04-12 21:46

노동연구원 8년 ‘이동현황’ 분석

첫 취업 비정규직 땐 7%만 벗어나
중소 전자업체에서 8년 동안 정규직으로 일했던 박미영(가명·38)씨는 외환위기의 후폭풍으로 2001년 회사가 파산하며 일자리를 잃었다. 일할 곳을 찾아다녔지만 정규직을 뽑는 곳은 거의 없었다. 정규직을 포기한 그는 2002년 서울 구로디지털산업단지의 위성라디오 제조업체에 ‘파견 노동자’로 재취업했다. “회사에서 일만 열심히 하면 정규직을 시켜준다고 하더군요. 헛된 꿈이었죠.” 박씨는 넉 달 뒤 파견직에서 계약직으로 전환됐다. 회사에 직접 고용됐으니, 그래도 운이 좋았다. 박씨는 정규직을 꿈꾸며 100만원 남짓한 월급에도 땀흘려 일했다. 2005년 9월, 그는 해고통지서를 받았다. 그러고 지금까지 실업자다.

2000년 6월부터 서울 중구 소공동에 있는 ㄹ호텔에서 7년째 룸메이드로 일하고 있는 김경희(가명·47)씨는 계약직으로 입사했다. “월급은 적었지만 호텔 직원으로 자부심을 갖고, 내집처럼 쓸고 닦았어요. 솔직히 정규직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기대도 있었죠. 지금은 꿈도 꾸지 않고 있지만 ….” 김씨는 2001년 8월 룸메이드 업무가 외주로 바뀌면서 소속 용역회사가 바뀐 것만 네 차례다. “월급도 불만이지만 고용 불안에 정말 힘들다”고 토로했다.

박씨와 최씨처럼 우리 노동시장에서 비정규직은 한 번 빠지면 헤어나올 수 없는 ‘수렁’이라는 실증적 통계가 처음으로 나왔다. 12일 한국노동연구원이 펴낸 ‘사회적 배제 시각으로 본 비정규직 고용’ 보고서를 보면, 비정규직이 되면 정규직 이동이 쉽지 않고 되레 실업상태로 될 확률이 높다. ‘노동패널’ 1998~2005년 자료를 통해 8년 동안 비정규직 노동자의 일자리 이동현황을 조사해 보니, 정규직 전환은 12.8%에 머물렀고, 62.7%는 계속 비정규직이었으며, 20.3%는 실업 상태였다. 또 개인 추적조사를 통해 처음 비정규직으로 취업한 사람의 일자리 이동을 분석한 결과도 7%만이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노동패널이란 1998년부터 해마다 동일한 표본(5천가구)을 대상으로 경제활동을 조사하는 국내 유일의 가구조사다.

다른 자료인 지난해 통계청의 경제활동 부가조사에서도 비정규직이 1년 뒤 정규직으로 이동하는 비율은 10%였고 실직 가능성은 20.1%에 이르렀다. 또 비정규직 노동의 장기화는 빈곤 문제도 낳는다. 8년 동안 비정규직을 벗어나지 못한 노동자들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48%가 86만원 미만의 임금을 받고 있었다. 또 국민연금 가입률은 12%, 고용보험은 15% 수준에 머물렀다. 저임금에다 사회보험의 사각지대에 놓이는 셈이다.

장지연 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번 조사 결과를 보면, 비정규직에서 정규직 이동 통로는 거의 차단돼 있다고 봐도 무리가 없다”며 “비정규직이 정규직으로 가는 다리가 아니라 수렁이 되고 있는 현실에 대한 더 본질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소연 기자 dand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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