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불임금 보증보험 가입률 추이
의무인데도 가입률 63% 그쳐…해마다 낮아져
가입하고도 지급 미루기도…노동인권 후퇴 우려
가입하고도 지급 미루기도…노동인권 후퇴 우려
2년 전 고용 허가제로 입국했던 몽골인 바타(35·가명)는 최근 밀린 임금과 퇴직금 100만여원을 받으려고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회사가 ‘체불임금 보증보험’에 의무 가입해야 하는데도, 가입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주노동자의 임금 체불 문제 해결을 위해 고용허가제 사업장들에 의무적으로 가입하도록 한 체불임금 보증보험의 가입률이 해마다 떨어져 현재 60% 가량에 그쳐, 이주노동자들의 노동권 보호 제도가 부실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체불임금 보증보험은 이주노동자들에게 임금을 체불하는 경우가 잦아, 2005년 외국인 노동자 고용허가제가 시행되면서 업체에 의무 가입하도록 한 것이다. 퇴직금 문제 해결을 위한 출국만기보험, 이주노동자의 상해·귀국 비용을 대비하는 상해·귀국보험과 함께 ‘고용허가제 전용보험’으로 불린다.
24일 한국산업인력공단이 조사한 ‘외국인 근로자 전용보험 가입 현황’을 보면, 올해 7월 체불임금 보증보험 가입률은 62.8%다. 2005년에는 가입률이 92%였으나, 적용 사업장이 늘며 해마다 가입률은 떨어지고 있다. 노동부가 올해 상반기에 2900여곳을 점검한 결과 1730곳이 관련 규정을 어긴 것으로 확인돼 시정 지시를 받았다.
김우정 ‘외국인 이주노동자 인권을 위한 모임’ 활동가는 “보증보험에 아예 들지 않거나, 가입하고도 임금 지급을 미루는 업체들이 많다”며 “고용 허가 사업장에서조차 체불 임금 문제는 여전히 심각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체불임금 소송에서 이기고도 석달치 임금 240만여원을 받지 못하던 몽골인 바야르(32·가명)는 최근에야 회사가 체불임금 보증보험에 가입한 것을 알고 보험 지급을 신청하자, 회사는 그때야 밀린 임금을 내놓았다.
고용 허가 없이 일하는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은 체불 임금을 받기가 올해 들어 훨씬 어렵게 됐다. 노동부가 최근 ‘미등록 이주노동자의 출입국 사실을 통보하기에 앞서, 체불 임금 지급 등 권리 구제 조처를 먼저 해야 한다’는 업무 지침을 폐기했기 때문이다. 이철승 ‘경남 외국인노동자 상담소’ 목사는 “미등록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임금도 주지 않다가 ‘출입국 단속반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하곤 했던 악덕 사업자들이 다시 등장할 것”이라며 “그나마 있던 제도조차 제대로 운영되지 못해, 이주노동자의 노동인권이 더욱 후퇴할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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