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ILO ‘좋은 일자리 지수’ 발표
저임금 노동자 비율 · 연 노동시간 1위
저임금 노동자 비율 · 연 노동시간 1위
임시직 비율 29.7%로 2위, 저임금 노동자 비율 24.5%로 1위, 연간 노동시간 2261시간으로 1위 ….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에 견줘 본 우리나라 노동자들의 현주소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7일 ‘좋은 일자리를 위한 세계 행동의 날’을 맞아, 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들과 우리나라의 ‘노동 질’을 비교·분석한 ‘좋은 일자리 지수’를 발표했다. 국제노동기구(ILO)의 ‘좋은 일자리’ 지표 가운데 △고용 기회 및 고용 안정 △노동조건 △고용 평등 및 일·가정 양립 △소득 평등과 사회보장 △노동기본권과 노동의 사회적 대표성 등 5가지 부문 18가지 세부 지표로 살펴본 이번 분석에서, 우리나라 노동의 질은 ‘최하위 수준’으로 나타났다고 민주노총은 밝혔다.
임시직 노동자 비율(2위), 저임금 노동자 비율(1위), 성별 임금격차(1위), 연간 노동시간(1위), 인구 10만명당 산업재해 사망자수(1위) 등은 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평균을 훨씬 웃돌며 최상위권에 기록됐다. 스페인에 이어 2위를 차지한 임시직 비율은 29.7%로, 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인 13%를 크게 뛰어넘었고, 연간 노동시간도 2261시간으로 평균 1679시간보다 무려 600시간 가까이 많았다.
반면, 경제활동 참가율(24위), 공적 사회복지 지출(24위), 비준한 국제노동협약 수(28위) 등은 최하위권이었다. 공적 사회복지 지출은 평균 20.7%에 크게 못 미치는 5.7%에 그쳤다. 국제노동협약 비준도 평균 62.1개에 훨씬 못 미치는 14개에 그쳤다.
민주노총은 “우리나라 노동자들의 삶과 노동환경이 국제적 기준에 비춰 매우 열악하다는 걸 단적으로 보여주는 결과”라고 밝혔다.
국제노동기구가 1999년 처음 제시한 ‘좋은 일자리(decent work)’란 “고용의 양적 성장에만 치중해서는 노동자들의 삶의 질을 높이기 어렵기 때문에 질적 성장에 초점을 둬야 한다”는 문제의식에서 비롯됐다. 국제노동기구는 1999년 총회 결의에 따라 좋은 일자리를 측정하기 위한 11개 부문, 34개 세부지표로 된 ‘좋은 일자리 지표’를 만든 바 있다.
좋은 일자리 요구를 국제 공동행동으로 이어졌다. 국제노동조합총연맹은 10월7일을 ‘1회 좋은 일자리를 위한 세계 행동의 날’로 정하고 “지난 수십년은 탈규제와 기업의 탐욕, 착취의 시기였지만, 이제 ‘좋은 일자리’를 원하는 노동자들이 국제적으로 연대하고 행동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국제노총은 이날 155개국 311개 노총 1억6800만 노동자들이 공동행동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우리나라에서는 민주노총과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이 참여했다.
민주노총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이명박 정부는 비정규직 차별 해소, 사회안전망 확충, 단체협약 적용률 확장 등 좋은 일자리를 만들기에 나서 노동 후진국의 오명을 걷어내라”고 요구했다. 저녁에는 서울 청계광장에서 ‘좋은 일자리를 위한 촛불문화제’를 열었다. 한국노총도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는 복수노조 허용과 노조 전임자 임금 금지 문제를 일방적 입법으로 풀 것이 아니라 사회적 대화로 풀어야 하며, 비정규직 고용기간을 늘리려는 시도를 중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