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청계광장에서 지난 10월21일 열린 ‘콜트·콜텍 노동자를 위한 문화제’에서 문화예술인들과 콜트·콜텍 노동자들이 함께 타악기를 두드리는 공연을 펼치고 있다. 문화연대 제공
30여팀, ‘장기투쟁’ 콜트·콜텍노동자 위해 콘서트
시 낭송·무용 공연도…“좀더 널리 알릴 수 있을 것”
시 낭송·무용 공연도…“좀더 널리 알릴 수 있을 것”
“저 스스로가 기타를 연주하는 음악인인데, 정작 기타를 만드는 노동자들의 현실은 잘 몰랐어요. 법과 제도로도 도움을 받지 못하는 그분들을 위해 저라도 무엇이든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보사노바와 같은 감미로운 브라질풍 음악으로 이름을 알린 가수 소히(30)씨. 서울 홍대 앞을 주무대로 활동해 온 그는 오는 11일 색다른 무대에 선다. 국내 공장 폐업으로 일자리를 잃은 콜트악기㈜와 ㈜콜텍의 노동자들을 위해 문화예술인들이 준비한 기획 공연에서 노래를 부르기로 한 것이다. “기타는 만드는 과정도 음악처럼 아름다울 것이라고 생각했다”는 그는 지난 10월 두 회사 노동자들이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었던 문화제에 참여했다가 이들의 이야기를 직접 듣고 크게 놀랐다고 했다. “관리자들이 여성 노동자들을 상습적으로 성희롱하고, 회사는 큰돈을 벌고도 노동자 처우 개선에는 관심이 없었다고 하더군요.”
콜트·콜텍 노동자들은 지난 2년 사이 국내 공장 두 곳을 폐업한 회사 쪽 조처를 두고 “노동자를 해고하기 위한 위장 폐업”이라고 주장하며 법적으로 대응하고 고공농성 등을 벌여 왔다. 그러나 “이미 폐업한 사업장”이라는 이유로 부당해고 진정이 기각되고 회사도 노조와 대화하지 않는 등 해결의 실마리는 보이지 않고 있다.
이에 문화연대(culturalaction.org)를 중심으로 문화예술인들이 “노동자들을 돕겠다”고 나섰다. 9일부터 14일까지 일주일 동안 홍대 앞 클럽 ‘빵’에서 ‘콜트·콜텍 기타 노동자들을 위한 1주일 동안의 콘서트’를 연다. 연영석, 꽃다지, 노래를 찾는 사람들 등 ‘민중가수’들뿐 아니라 블랙홀, 에브리싱글데이, 아일랜드시티 등 홍대 일대에서 활약하는 대중음악인 30여팀이 참여한다. 문인들의 시 낭송, 무용 공연, 영상물 상영, 기타 제작과정 전시 등도 펼친다. 신유아 문화연대 활동가는 “노동 문제에 무심코 지나치는 이들이 많은데, 문화예술인들이 나선다면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릴 수 있을 것 같아 행사를 준비했다”고 말했다.
장석천 콜텍노조 사무장은 “‘위장 폐업’ 때문에 법도 제도도 우리 노동자들에게서 등을 돌리고 있는데, 우리가 만든 악기를 연주하는 문화예술인들이 나서 주니 정말 고맙고 힘이 난다”며 “교섭을 거부하는 회사도, 기타 제품 소비자들이기도 한 이들의 목소리를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소히씨는 자신이 만든 노래 <투명인간>의 가사를 소개하며 “우리 사회는 절절한 마음으로 살아가는 노동자들을 ‘투명인간’으로 다루고 이들의 현실에 대해 눈과 귀를 막고 있다”며 “내 작은 노래라도 현실을 바꾸는 데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