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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노동부가 재계요구 대변 ‘상시적 대량해고’ 길닦기

등록 2008-12-25 21:38수정 2008-12-25 23:26

‘해고요건 완화’ 추진 파문
10년 전보다 더 유연하게
근로기준법까지 ‘재단’
“노동권 아예 무력화시도”

노동부가 노동자 해고 요건을 더욱 완화하는 쪽으로 근로기준법 개정을 추진해 ‘노·정 갈등의 핵심 뇌관’으로 떠오르고 있다.

노동부는 25일 “근로기준 선진화 세부 내용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이기권 노동부 근로기준국장은 “입법 방향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라며 “해고 요건 완화 등은 예단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노동부가 전날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근로기준법 개정과 관련해 “정규직 노동자의 해고 요건이 지나치게 까다롭기 때문에 기업들이 정규직 채용을 꺼려 비정규직 노동자가 늘어난다는 지적이 있다”고 밝힌 것을 보면 추진 방향은 명확하다.

이영희 노동부 장관은 이미 지난 4월30일 강연에서 “현행 근로기준법이 근로자를 과보호하고 기업의 재량권을 상당히 규제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며 해고 요건을 완화하는 쪽으로 법 개정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비쳤다. 이 장관이 같은 자리에서 “외국처럼 임금 협상을 2년에 한 번씩 하는 방향으로” 해야 한다고 한 발언은, 이번 업무보고에 정책 추진 방향으로 포함됐다. 노동부는 지난 3월 대통령 업무보고에서도 “근로시간·해고 절차 등에서 법·제도를 개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노동부가 안팎 전문가들로 꾸렸다는 ‘근로기준 선진화 연구회’는 지난 6월부터 정책 연구를 해 온 결과를 내년 2월께 내놓을 예정이다.

정리해고제는 구제금융 사태가 터진 직후인 1998년 2월, 간접 고용을 허용하는 파견근로제와 함께 처음 법제화했다. 근로기준법 제31조에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가 있을 때’ 해고를 할 수 있게 한 조항을 넣은 것이다. ‘국난 극복’ 목소리 속에 노·사·정 사회적 합의기구로 출범한 노사정위원회에서 협의를 거쳐 도입됐다. ‘경영상 이유로 집단 해고’하는 것을 허용하면서도, 이를 악용하는 것을 막기 위해 △긴박한 경영상의 이유가 있을 것 △해고 회피 노력이 있을 것 △노동조합에 사전 통보·협의할 것 등 ‘제한 요건’들을 규정했다.

그 결과 부도 위기에 놓였던 기업들은 이 법으로 노동자들을 대량 해고하며 경영 위기를 빠져나왔으나, 이후 파견근로 등을 통해 비정규직이 급속히 늘어났다. 2001년 대우자동차는 부도를 맞아 1750명의 정규직을 정리해고했지만, 이후 거의 없던 사내 하청 노동자 등 비정규직이 5천여명으로 늘었다.

그로부터 10년 뒤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재계는 ‘규제 완화’를 외치며 정리해고 제한 장치마저 크게 완화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긴박한’이란 문구를 삭제하면 어떠한 경영상의 이유로도 정리해고를 할 수 있게 돼 상시적인 대량 해고가 가능해진다고 노동계는 지적한다. 김태현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정책실장은 “이미 사용자들은 비정규직법을 악용해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교체해 가며 사용하고 있다”며 “여기에다 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자유로운 해고’까지 허용하면 노동자의 권리는 아예 없어지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박점규 전국금속노동조합 미조직비정규실 부장은 “흑자를 내면서도 정리해고를 단행한 콜트악기·콜텍의 사례에서 보듯, 현행 정리해고 법·제도조차 사용자들이 악용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노동부가 근로기준법·비정규직법 등 개정으로 노동권을 아예 무력화하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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