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계 유지 소득 보장해야”
경총 “임금삭감 뒤따라야”
경총 “임금삭감 뒤따라야”
자동차 업계에서 수주 물량 감소 때문에 정규직의 잔업과 특근이 없어지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곳곳에서 일자리에서 밀려나는 등 경제위기의 골이 깊어짐에 따라, 일자리 위기에 대처해야 할 노동계 쪽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노동계는 그 동안 ‘노동시간 단축’을 통해 일자리를 유지하는 방안을 제시해 왔다. 하지만 경영계는 “줄어드는 노동시간만큼 임금을 동결하거나 삭감해야 한다”고 맞서며 갈등을 빚는 상황이다. 전국경영자총협회는 금속노조의 제안에 곧바로 설명자료를 내 “근로시간이 줄어들면 반드시 이에 상응하는 임금 삭감이 뒤따라야 한다”고 못박았다.
지난해 말부터 ‘총고용 보장·확대’를 주장해 온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고용 안정을 위해 다양한 방법을 고민할 수는 있으나, 임금 동결이 전제가 될 수는 없다”는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협의 과정에서 임금 동결·삭감 등을 논의할 가능성은 열어 두되, ‘고용 보장을 위해 임금 동결·삭감이 전제 조건이 되는 것’은 수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수봉 민주노총 정책연구원장은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는 고용 보장에 대한 큰 원칙 가운데 하나”라며 “그러나 생계를 위한 기본이 되는 소득이 보장되는 등 노동 기본권을 지키는 것이 더 큰 원칙”이라고 말했다. 민주노총은 총고용 보장·확대를 위해 올해 임·단협 투쟁을 3월께로 앞당기고, 고용 보장을 위한 ‘특별단체협약’을 제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정부의 ‘공공부문 선진화 정책’으로 감원 압박을 받아 온 민주노총 산하 공공운수연맹은 7일 기자회견을 열어 “종부세 감세 등으로 재원을 확보해 공공부문과 사회서비스 분야에서 일자리 16만5천여개를 만들라”고 정부에 요구했다. 박용석 공공운수연맹 사무처장은 “공공부문에서는 교대근무제 확대 등 노동시간 단축을 통해 일자리를 더 늘릴 수 있다”고 말했다. 박 처장은 “사업장별로 임금 동결과 고용보장을 묶어서 논의하는 것은 노동자의 기본권만 축소시킬 수 있다”며 “먼저 전체 공공부문 일자리를 놓고 큰 틀에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고용을 보장받는 대신 임금을 동결하는 사업장들도 나오고 있다. 한국전력 노사는 임금인상분을 반납해 고용안정과 구조조정에 대비한 지원금으로 쓰기로 합의했다. 한국농촌공사 노사도 고통분담 차원에서 임금인상분을 반납하기로 결정했다. 이를 두고 “고용 안정을 위한 고육책”이라는 시각도 있지만, “고용 문제는 임금과 맞바꿔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라는 비판도 나온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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