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연대 조합원들이 지난 16일 대전 서구 둔산동 정부청사 남문광장에서 전국노동자대회를 마친 뒤 대나무 깃대에 꽂은 만장을 든 채 대한통운 대전지사를 향해 행진하고 있다.(왼쪽 사진) 화물연대 조합원들이 중리 네거리에서 경찰과 충돌하자 만장에서 분리한 대나무를 휘두르고 있다. 대전/연합뉴스
지난 16일 열린 전국노동자대회가 노동자 32명에 대한 대규모 구속영장 청구 사태로 발전한 것은 경찰의 강경한 시위진압과 노동자들의 격렬한 저항이 맞부닥친 결과로 보인다. 노동자들은 “경찰이 평화적인 추모집회를 봉쇄한 뒤 최루액을 섞은 물대포를 발사하는 등 폭력을 행사했다”고 주장했고, 경찰은 “시위대가 죽창으로 무장하여 방패를 찌르고 투석전을 벌였기 때문”이라며 책임을 노동자 쪽에 돌렸다.
■ 충돌 원인은? 충돌은 경찰의 집회 저지에서 비롯됐다. 경찰은 박종태 화물연대 광주지부 지회장의 죽음을 애도하는 노동자들의 ‘만장’ 행진을 막았다. 애초 화물연대와 민주노총 조합원 1만여명은 노동자대회를 연 뒤 박 지회장이 목을 매 숨진 대한통운 대전지사 앞까지 거리행진을 벌일 예정이었다. 지난 9일에도 만장을 든 조합원들이 대전지사 앞까지 행진한 뒤 큰 충돌 없이 집회를 마친 바 있다.
민주노총 쪽은 “경찰이 ‘대전지사의 물류창고 앞은 다른 집회가 잡혀 있다’며 허용하지 않아 고인의 시신이 안치된 중앙병원까지 행진 신고를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다른 집회가 열리지 않자, 길을 열어주면 평화적으로 행진하겠다고 경찰에 통보했으나 경찰이 먼저 최루액을 섞은 물대포를 쏘았다고 민주노총은 밝혔다.
임성규 민주노총 위원장은 “경찰이 의도적으로 조합원들을 자극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임 위원장은 “예전 같았으면 경찰차로 일단 ‘산성’부터 쌓아 진입을 막는데, 당시 경찰은 조합원을 흥분하게 해 놓고는 빠른 속도로 뒤로 빠지면서 길을 열어줬다”며 “지도부가 제지했지만 흥분한 일부 조합원들이 경찰에게 달려가 불상사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경찰은 “민주노총이 중앙병원까지 행진하기로 한 애초 집회신고와 달리 1.6㎞ 떨어진 대한통운 물류센터까지 진출하려고 시도해 경찰기동대와 심한 몸싸움이 벌어졌다”며 “이 과정에서 만장을 ‘죽창’으로 사용해, 물대포를 발사하는 등 대응이 불가피했다”고 밝혔다.
경 “3년만에 대규모 죽창” - 노 “죽창 아닌 만장 깃대”
■ 죽창이냐, 깃대냐? 유태열 대전지방경찰청장은 “의경 1명이 시위대가 휘두른 죽창에 눈이 찔려 충남대병원에서 각막 수술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죽창이 대규모로 등장하기는 2006년 평택 미군기지 이전 반대 시위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반대 시위 이후 3년 만”이라며, ‘죽창’이라는 표현을 계속 사용했다. 반면, 노환균 대검찰청 공안부장은 브리핑에서 “만장을 뜯어내고 아스팔트를 내려치니까 대나무 끝이 갈라졌다. 준비한 것은 죽봉인데, 사용한 것은 죽창에 버금갈 정도의 흉기가 된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의 설명과 달리 양쪽의 격렬한 충돌 과정에서 죽봉이 변형됐다는 설명이다. 민주노총은 ‘죽창을 미리 준비했다’는 검경과 보수 언론의 주장도 반박했다. 민주노총은 “추모용 만장에 깃대로 사용된 대나무는 끝을 (처음부터) 뾰족하게 깎은 죽창과는 전혀 다르다”며 “추모용 만장은 집회 신고서에 적시된 집회용품으로 경찰도 집회신고를 했을 때 이를 문제 삼지 않았다”고 말했다. 정유경 기자, 대전/송인걸 기자 edge@hani.co.kr
■ 죽창이냐, 깃대냐? 유태열 대전지방경찰청장은 “의경 1명이 시위대가 휘두른 죽창에 눈이 찔려 충남대병원에서 각막 수술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죽창이 대규모로 등장하기는 2006년 평택 미군기지 이전 반대 시위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반대 시위 이후 3년 만”이라며, ‘죽창’이라는 표현을 계속 사용했다. 반면, 노환균 대검찰청 공안부장은 브리핑에서 “만장을 뜯어내고 아스팔트를 내려치니까 대나무 끝이 갈라졌다. 준비한 것은 죽봉인데, 사용한 것은 죽창에 버금갈 정도의 흉기가 된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의 설명과 달리 양쪽의 격렬한 충돌 과정에서 죽봉이 변형됐다는 설명이다. 민주노총은 ‘죽창을 미리 준비했다’는 검경과 보수 언론의 주장도 반박했다. 민주노총은 “추모용 만장에 깃대로 사용된 대나무는 끝을 (처음부터) 뾰족하게 깎은 죽창과는 전혀 다르다”며 “추모용 만장은 집회 신고서에 적시된 집회용품으로 경찰도 집회신고를 했을 때 이를 문제 삼지 않았다”고 말했다. 정유경 기자, 대전/송인걸 기자 ed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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