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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아내 잃은 노조간부 “감옥갈까 걱정…”

등록 2009-07-21 08:01

“공장서 나오라 애원했는데…”
파업중이던 쌍용자동차 평택공장에 법원의 ‘퇴거’ 강제집행 시도가 이뤄진 20일 낮, 쌍용차 노조 간부 이아무개(34)씨의 아내 박아무개(29)씨는 자신의 집 화장실에서 목을 맸다. 박씨는 친정어머니 조아무개(53)씨에게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숨졌다.

아내는 쾌활하고 밝은 성격이었다. 털털한 성품이라 동네 사람들하고도 잘 어울렸다. 그 밝던 아내가 네 살, 생후 8개월인 두 아들을 남겨둔 채 목숨을 끊기까지를 떠올리던 남편 이씨는 끝내 두 손에 얼굴을 묻었다. “4일 전쯤 아내가 전화하더니, 울면서 그래요. ‘오빠, 거기 있으면 집도 다 뺏기고 감옥도 가고 회사에 다시는 다닐 수 없다는 말을 들었다’고. 처음으로 ‘나오라’고 애원했는데….”

1994년부터 쌍용차에서 일해 온 이씨는 지난해 12월 노조 간부로 뽑혔다. 쌍용차를 인수했던 상하이자본이 철수하려 한다는 소문이 흉흉하게 돌 때였다. 1월부턴 임금이 체불됐고 5월엔 정리해고자 명단이 공표됐다. ‘산 자’와 ‘죽은 자’를 갈랐다. 이씨는 ‘산 자’였다. 그러나 옳지 않은 일을 두고 볼 수는 없었다. 투쟁에 합류했고, 일주일에 두 번 겨우 집에 들어갈까 말까 했다.

그래도 아내는 60일 넘게 이어진 남편의 ‘투쟁’을 믿고 따라주었다고 했다. 회사 쪽에서 집으로 소환장과 손해배상 청구 관련 서류를 보냈을 때도 아내는 ‘안전하게만 돌아오라’며 격려했다. “다른 (정리해고되지 않은) 직원들을 만나면 좋은 소리 못 듣고, 길을 오가며 마주치니까. 그래서 서로 얘기하지 말고 그러라고 했는데….”

2월과 4월 친정아버지와 시아버지가 잇따라 숨지는 역경에도, 낙심 끝에 이겨내려 밝은 표정을 지었던 아내였다. 수영장에 놀러 가자던 아내의 약속에 들떠 있던 아이들을 떠올린 이씨는 눈물을 떨어뜨렸다. 아이들은 아직 엄마의 죽음을 모른 채 어린이집에 있다. 평택/정유경 허재현 기자 ed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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