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서 공개…금속노조, 파업자 강압수사 비판
“형사는 죽일놈…동지 팔아먹은 나도 나쁜놈”
“형사는 죽일놈…동지 팔아먹은 나도 나쁜놈”
“머리가 멍하고 가슴이 두근거려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선풍기 덜덜거리는 소리도 헬기 소리처럼 들리고, 에어컨 소리도 헬기 소리처럼 들린다. (…) 가정을 살려야 한다는 생각에 내가 동료를 팔아먹었다. (…) 죄송합니다.”
전국금속노조는 24일 서울 영등포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파업 참가 혐의로 경찰 수사가 진행되는 와중에 자살을 기도한 쌍용차지부 조합원 ㅊ(38)씨의 유서(사진) 내용을 공개했다. 금속노조는 이를 바탕으로 경찰이 쌍용자동차 파업 참여자에 대해 무리한 강압수사를 벌였다고 비판했다.
ㅊ씨는 유서에 “살려준다는, 복직시켜준다는 말에 (…) 보지도 않은 것을 보았다고 거짓 진술을 했다”고 적는 등 경찰이 복직을 빌미로 회유와 협박을 가했다고 주장했다. 최용규 전국금속노조 사무처장은 “세 차례 진행되었던 경찰 수사에서 한 번 수사할 때마다 20여번이 넘게 이런 회유와 협박이 이어졌고, 집에 있을 때도 수시로 전화를 했다고 한다”며 “민·형사 소송 취하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는 회사 쪽과, 69명의 노조원들만 무더기로 구속하는 등 과잉수사를 벌이고 있는 경찰이 파업 현장에서 겨우 살아나온 노동자를 또다시 죽음으로 내몰았다”고 비난했다.
쌍용자동차에 15년간 근무한 것으로 알려진 ㅊ씨는 76일간 경기도 평택 쌍용차 공장 점거 농성에 참가했다 지난 5일 건강이 악화돼 농성장을 먼저 빠져나왔으며, 그 직후 병원에서 정신과 치료를 받아왔다. 이 과정에서 경찰에 세 차례 소환돼 조사를 받은 ㅊ씨는 20일 오후 7시께 경기 평택시 어머니 집에서 가족과 동료들에게 전하는 3쪽 분량의 유서를 남긴 채 많은 양의 우울증약을 한꺼번에 삼키고 자살을 기도했다. 이틀간 혼수상태에 있던 ㅊ씨는 현재 의식을 회복해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정유경 기자 ed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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