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 해고노동자 원상연씨가 지난 18일 서울 구로구 구로동 한성카센터에서 쌍용차에서 만든 승합차를 정비하고 있다.
9명이 천만원씩 내 가게열어
4명은 정비·5명은 복직투쟁
“생계유지하며 긴 싸움대비”
4명은 정비·5명은 복직투쟁
“생계유지하며 긴 싸움대비”
지난해 77일 동안의 쌍용차 파업 끝에 해고된 김영훈(53)씨는 요즘 서울 구로동 506-4번지에 있는 조그만 가게로 출근을 한다. 당시 함께 해고된 동료 8명과 뜻을 모아 지난 3월16일 ‘한성카센터’라는 차량정비소를 차렸다.
21일 만난 김씨는 “복직을 위한 장기 투쟁을 하려면 다른 사람한테 손을 벌릴 수 없어, 십시일반 돈을 모아 가게를 냈다”고 말했다. 근근이 가족의 생계를 유지해주던 실업급여와 민주노총 산하 금속노조에서 나오던 장기투쟁기금에 더는 의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함께한 이들은 모두 쌍용자동차 서울 구로정비사업소에서 일했던 동료들로, 전공인 정비 기술을 살려 같이 일하고 함께 나누는 일종의 노동공동체를 만든 셈이다.
한 명당 1000만원씩 추렴해 종잣돈을 만들었다. 가게의 ‘목’이 썩 좋지 않았지만, 새 장비와 공구도 들여오고 각자의 역할도 나눴다. 4명은 아예 가게에 상주하며 일을 하고, 다른 5명은 틈틈이 가게에 일손을 보태면서 복직투쟁 등 노동운동을 하기로 했다. 가게를 차린 중요한 목적 가운데 하나가 복직투쟁이기 때문이다. 일주일에 세 번은 9명 모두가 하루 한 시간씩 구로사업소 앞으로 출근 투쟁을 한다.
가게 곳곳에 흩어져 있는 달력과 차량·부품 설명서, 홍보 팸플릿 등에는 예전에 이들이 일했던 쌍용차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간판엔 눈에 ‘확’ 띄는 큰 글씨로 ‘친절·신속·정확, 쌍용 SUV 수리전문’이라고 적어 놓았다.
언제까지 계속될지 모르는 긴 싸움에 대비해 일을 하고 있긴 하지만, 지난 1년을 되돌아보면 마음이 편할 리 없다. 카센터 대표를 맡고 있는 이현준(41)씨는 “회사를 지키기 위해 함께 싸운 건데 우리한테 돌아온 것이 해고라는 사실에 절망했다”면서도 “그래도 ‘쌍용차’라는 이름을 걸고 고객들의 차량을 정성껏 수리하다 보면, 복직을 위해 싸우는 우리의 진정성을 알아주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들은 여전히 ‘장사’를 낯설어했고, 손에 박힌 굳은살은 이들이 20~30년 ‘기름밥’을 먹은 베테랑임을 말해주고 있었다.
글·사진/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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