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시대 공공기관 노조 잔혹사
이명박 정부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을 무너뜨리려 한다는 주장은 여러 차례 제기돼 왔다. 특히 현 정부는 사기업보다 정부 입김이 미치기 쉬운 공공기관이나 공기업을 노조 와해의 ‘약한 고리’로 삼았다는 게 노동계의 시각이다.
지난해 6월 한국공항공사 노조는 ‘상급단체 탈퇴는 조합원 총회로 결정한다’는 자체 규약을 어기고 대의원대회에서 민주노총 탈퇴를 결의했다. 나중에 조합원 총회에서 89.7%의 찬성으로 민주노총 잔류가 결정됐지만, 이 과정에서 회사가 대의원대회 때 회사 쪽에 우호적인 대의원만 대회 장소에 들여보내고 민주노총 탈퇴를 반대하는 노조 위원장과 집행 간부들의 출입을 막은 사실이 드러나 “회사가 개입했다”는 비난을 샀다. 서울지하철공사와 도시철도공사 노조도 민주노총 탈퇴를 시도하다 집행부가 바뀌는 등의 이유로 좌절되기도 했다.
하지만 결국 민주노총을 탈퇴한 공공기관도 적지 않다. 인천지하철공사 노조는 지난해 초 민주노총을 탈퇴했고, 인천국제공항공사 노조는 민주노총을 탈퇴해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산하 공기업연맹으로 상급단체를 바꿨다.
민주노총 소속 사업장 가운데 아예 노조가 자체 해산을 한 곳도 있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한국행정연구원의 경우가 그렇다.
김태진 민주노총 산하 공공운수노조준비위원회 집행위원장은 “이전 정부에선 민영화나 정리해고 등의 쟁점을 놓고 공공기관이 노사갈등을 빚었다면, 현 정부는 오로지 노조를 깨려고만 하다 보니 쟁점 없이 갈등만 늘고 있다”며 “엠비정부 들어 공공기관 노사관계의 자율성이 확실히 무너졌다”고 비판했다.
현 정부 들어 공공기관의 노조 ‘파괴’를 위해 사용되는 전략은 크게 두 가지라고 노동계는 지적한다. 정부는 경영평가와 기관장 평가로 기관을 압박하고, 기관·기관장은 일방적 단체협약(단협) 해지로 노조를 옥죈다. 기획재정부에 의해 2회 연속 ‘미흡’ 평가를 받은 기관장은 옷을 벗어야 한다.
2009년부터는 공공연구기관 수십곳이 노조에 단협 해지를 통보했다. 인사 및 경영과 관련해 노조와 합의 또는 협의하도록 돼 있던 단체협약 조항을 바꿀 것도 요구했다. 16일 현재 새 단협을 체결하지 않은 한국건설기술연구원과 한국과학기술정책연구원 정도를 뺀 대부분의 공공연구기관 노조는 기관 쪽 요구를 수용한 상태다.
이광오 공공연구노조 정책국장은 “기획재정부의 평가 기준이 공공기관 기관장들을 노조에 적대적인 쪽으로 강제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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