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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산업별노조들이 올해 임금·단체협상에서 대학생 학자금 무이자 대출, 원·하청 격차 해소, 비정규직 문제 해결 등 사회의 공공성을 강화하는 내용들을 요구하고 나서 주목된다. 산별노조는 대기업노조 이기주의와 실리중심의 노동운동을 극복할 수 있는 대안으로 꼽히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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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개 은행을 포함한 35개 금융기관이 가입해 있는 전국금융산업노조(금융노조)는 17일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와 시작한 산별 중앙교섭에서 가정 형편이 어려운 대학생 약 20만명을 대상으로 등록금을 무이자로 대출해 주자는 안을 사쪽에 요구했다. 재원은 노사가 공동으로 마련하자고 제안했다.
비싼 등록금 탓에 대학생들의 학자금 대출이 크게 늘고 있는 상황에서 시중은행이 무이자로 학자금을 빌려준다면 경제상황이 좋지 않은 학생들에게는 큰 혜택이 될 수 있다. 현재 대출금리는 한국장학재단의 경우 3.9%, 저축은행이 20%, 대부업체가 30%가량 된다. 금융노조 관계자는 “비싼 등록금에 대한 부담을 조금이라도 덜어줘 학생들이 학업에 집중할 수 있게 해주고 싶다”며 “금융권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노사공동의 사회공헌 사업으로 제안한 것”이라고 말했다. 노조는 또 비정규직에 대해서도 차별을 금지하고, 2015년 말까지 비정규직을 아예 없애자는 내용을 사쪽에 요구한 상태다.
14만여명이 가입해 있는 전국금속노조(금속노조)도 사회문제에 적극 나서고 있다. 노조는 원·하청 불공정거래를 개선하기 위해 노·사·정감시단을 운영하자고 사쪽에 요구할 예정이다. 금속노조 관계자는 “원·하청 노동자들의 노동조건 격차가 해소되려면 불공정거래 문제가 반드시 해결돼야 한다”고 말했다. 금속노사는 17일 중앙교섭 상견례를 했으며 매주 화요일 교섭을 진행한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는 병원마다 병상(침대)을 마구 늘리는 방식으로 경쟁이 심해져 환자에 대한 의료서비스 질이 떨어지고 있다며 지역별 병상총량제 실시를 노사가 공동으로 정부에 청원하자는 요구를 사쪽에 할 예정이다. 노조는 조만간 요구안을 확정한 뒤 다음달부터 본격적인 교섭에 들어간다.
하지만 현행 법·제도에서는 산별노조가 비정규직 등 사회공공성 문제를 요구해도 사쪽이 반드시 교섭에 나설 의무가 없으며 노동위원회 조정이나 합법파업도 불가능하다. 현행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은 교섭과 조정 및 쟁의행위 대상을 임금과 노동조건으로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산별노조들이 임금·단체협상 과정에서 요구안을 따낼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보건의료노조 이주호 전략기획단장은 “산별노조가 임금 인상을 요구하면서 파업에 들어가면 합법이지만 사회공공성 강화를 위해 파업을 하면 불법이 되는 것이 지금의 법·제도”라며 “산별노조의 투쟁이 사회전체 이익으로 가기 위해서는 교섭·조정 및 쟁의행위 대상이 확대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소연 기자
dand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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