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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통상임금 판결로 임금체계 더 ‘왜곡’되나?

등록 2013-12-20 17:32수정 2013-12-20 17:38

경총 누리집 갈무리
경총 누리집 갈무리
기업, 일률·정기 상여금 대신 차등지급 임금 늘릴 태세
대법, ‘제외 항목’ 너무 많이 인정…노동계 대응 어려워
대법원이 18일 ‘통상 임금’에 대한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기업이 여러 가지 방법을 통해 통상임금에 대한 규정을 피해 임금을 지급할 수 있는 길을 터줘, 앞으로 임금협상 과정에서 극심한 노사 갈등이 예상된다. 특히 기업의 이익을 대변하는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성과·직무 중심의 임금 체제로 전환하자”는 성명을 내놓아, 임금 체계에 큰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18일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의 주요 쟁점은 우선 ‘정기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해당하는지 여부와 통상임금에 해당하는 경우 추가 임금 청구를 소급 적용할 수 있는지 여부였다. 대법원은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이라고 판결하면서도, “기업으로선 예상치 못한 과도한 지출을 하게 되고 기업의 존립마저 위태롭게 되므로 ‘신의칙’에 따라 허용할 수 없다”며 소급 적용을 막아놨다. 이에 대해 이인복, 이상훈, 김신 대법관은 ‘소수 의견’을 통해 “대법원은 관행을 이유로 근로자들의 정당한 권리 행사를 배척할 것이 아니라 이런 관행은 근로기준법의 강행 규정에 위반되므로 고쳐야 한다고 선언하는 것이 옳다”며 ‘다수 의견’을 강하게 비판했다.

대법원은 특히 노동한 날짜에 비례해서 주지 않는 설·추석 상여금, 여름 휴가비, 김장보너스, 선물비, 생일 지원금, 개인연금 지원금, 단체 보험료 등 각종 복리후생비와 특정 기간 동안의 근무 실적을 바탕으로 지급 여부나 지급액이 달라지는 성과급은 통상임금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이에 경총은 18일 대법원 판결이 난 직후 ‘통상임금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 대한 경영계 입장’이라는 성명을 내고, “노동계는 소모적 소송 제기를 지금부터라도 멈추고, 성과·직무 중심 임금 체계로의 전환과 임금 교섭의 선진화에 상생의 자세로 적극 참여해주기를 기대한다”고 화답했다. 앞으로 성과를 토대로 임금을 차등 지급하는 형태로 전환해 통상임금에 포함되지 않는 임금의 범위를 확대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이 때문에 기업들이 앞으로 정기적으로 지급하는 상여금은 줄이고, 각종 복리후생비나 성과급 위주로 연봉을 책정하는 임금 협상 전략을 짜게 되면 노동계가 맞설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부족해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정식 한국노총 중앙연구장은 한국노동사회연구소에 기고한 글을 통해 “(대법원이) 모든 임금은 근로의 대가이며, 따라서 임금은 그 성격에 따라 근로의 대가와 노동자의 지위에 따라 지급되는 것으로 나뉠 수 있는 성질이 아니라고, 지난 1995년 전원합의체 판결부터 일관되게 견지해 온 임금일체설을 부정하는 듯한 법리를 동원했다”며 “이번 판결로 대법원은 정치·경제적 고려를 통해 사법부의 권위를 스스로 실추시키는 우를 범했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게 됐다”고 지적했다. 새날법률사무소 김상은 변호사도 <레디앙> 에 기고한 글에서 “대법원은 재직 조건이라는 개념 도구를 사용해 종전 통상임금으로 인정되던 복리후생적 명목의 급여를 사실상 통상임금에서 제외시켰을 뿐만 아니라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해당될 수 있는 경우를 극히 일부 케이스로 제한했다”고 비판했다.

누리꾼들도 대법원의 판결에 따라 기업이 벌써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이디 ‘pursued,S’는 트위터(@gn_mas)에서 “기업 인사팀은 대법원의 통상임금 판결에 대한 대응책과 사규 수정안을 만들고 있을 거다. 아니 이미 만들었을 수도 있겠지”라며 “비정규직법 개정 3일 후 임시직 채용에 대한 교육 불려갔었지”라고 말했다. 아이디 ‘등펴형 눈돌’도 트위터(@noondowl)에서 “통상임금 대법원 판결은 그냥 대법원이 늘 하던 말을 확인하면서 사용자로 하여금 빠져나갈 방법을 만들어 준, 일종의 타협인 듯함. 사실 이전의 설시(說示, 설명하여 보임)로도 사용자가 빠져나갈 방법은 많았음”이라고 말했다.

이재훈 기자 n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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