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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정부 강하게 나온다고 해결 안돼…노조는 대화 원한다”

등록 2013-12-25 19:56수정 2013-12-26 10:01

철도노조 파업 17일째인 25일 저녁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피신 중인 박태만 전국철도노조 수석부위원장(오른쪽)이 기자회견을 하려고 걸어나오며 파업 지지자들에게 주먹을 쥐어 인사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철도노조 파업 17일째인 25일 저녁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피신 중인 박태만 전국철도노조 수석부위원장(오른쪽)이 기자회견을 하려고 걸어나오며 파업 지지자들에게 주먹을 쥐어 인사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조계사 찾아간 박태만 철도노조 수석부위원장 인터뷰
사장도 총리도 민영화 아니라지만
사람 바뀌면 언제든 말 바뀔 수도
방지 대책 확실해야 신뢰할 수 있어

마지막 보루인 민주노총 침탈된 뒤
갈 곳 없어 불쑥 조계사로 찾아간 것
국민 안전 위한 파업 이해해줬으면

“개 끌려가듯 무릎 꿇고 현장에 복귀할 수도 있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파업을 한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나. 우리를 무릎 꿇릴 수는 있어도 마음을 승복시키지 못하면 이런 파업 사태는 또 터진다. 정부가 강하게 나온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성탄절 전날 밤 경찰의 수배를 피해 서울 견지동 조계사 극락전으로 몸을 숨긴 박태만(54) 전국철도노조 수석부위원장은 25일 <한겨레> 인터뷰에서 정부의 강경책에 굴복하지 않을 뜻을 분명히 내비쳤다. 38년 동안 역무원으로 일하면서 2002년 한차례 해고돼 5년 동안 직장을 떠난 적이 있는 박 부위원장은 “우리가 임금 올려달라고 파업하는 게 아니다. 해외 사례에서 보듯 철도가 민영화되면 가장 위협받는 것이 국민의 안전”이라며 목소리에 힘을 줬다.

철도노조는 이번 수서발 고속철도 자회사 설립이 민영화의 시작이라고 보고 있다. 코레일과 정부는 “민영화가 아니다”는 말만 반복하며 파업을 끝낼 것을 종용한다. 왜 정부 말을 믿지 못하는 걸까.

“최연혜 코레일 사장이 민영화되면 철도 위에 눕겠다고 하고, 총리나 대통령도 다 민영화가 아니라고 한다. 우리가 이 말을 믿을 수 없는 것은 사람이 바뀌면 언제든지 바뀔 수 있는 말들이기 때문이다. 최연혜 사장이 평생 코레일 사장을 할 게 아니지 않는가. 대통령도 4년 뒤에 바뀐다. 그때 가서 (코레일) 적자가 심해진다고 민영화 절차 밟고 ‘나는 그런 말 한 적 없다’ 발뺌하면, 그땐 어떻게 하라는 건가.” 더 확실한 민영화 방지 대책이 따라오지 않는 말은 신뢰할 수 없다는 것이다.

박 부위원장은 피난처로 조계사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선 “민주노총이 마지막 보루였는데 (경찰에 의해) 침탈당한 뒤 갈 곳이 없었다. 그래서 우리가 사전 허락도 없이 불쑥 찾아왔다. 이른바 불청객이었다. 이 부분은 조계종에 사과드린다. 우리를 내치지 않고 따뜻하게 맞아줘서 감사하게 생각한다. 이제 민영화 등의 문제가 단순히 노조와 회사의 문제가 아니라 전 사회의 문제가 됐다. 종교 및 사회단체도 관심을 가져달라는 의미였다”고 말했다. 박 부위원장을 비롯해 조계사로 들어온 철도조합원 대여섯명은 극락전 2층 대설법전(법회·교육 등이 열리는 다용도 공간)에 머물고 있다.

그는 파업이 길어지면서 국민들이 불편을 느끼는 것에 대해서도 “미안하다”고 말했다. “열차 운행 간격이 길어지는 것을 떠나서 현재 차량정비도 제대로 안된 열차들이 돌아다니고 있다. 국민들께 이런 점은 죄송하게 생각한다. 나도 또다른 사고가 터질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의 투쟁은 국민들에게 좀 더 나은 서비스와 안전을 제공하기 위한 것이다. 이해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2009년 파업 때와 달라진 점을 물었다. “당시에는 임단협 문제가 전면에 부각됐다. 사실 그때도 민영화 문제를 제기했는데 이슈가 안됐다. 지금은 그때와는 여론이 다르다. 국민들도 이 점을 알아주시는 것 같다”는 답이 돌아왔다.

박 부위원장은 무엇보다 정부와의 대화를 원했다. “1만 철도노조 조합원이 원하는 것은 간단하다. 바로 대화다. 우리가 믿을 수 있는 민영화 방지 대책을 제시하고 대화를 요구한다면 대화의 장에 나설 뜻이 있다. 고용노동부 장관이 ‘철도노조 안 만나겠다’고 발언하는 등 정부가 대화를 거부하고 있는 이 상황을 해결하는 것은 결국 정부의 몫이다.”

간밤에 춥지는 않았냐고 물었다. “춥지는 않았지만 마음이 싱숭생숭해 잠을 잘 못잤다”고 했다. 수배자의 대답이 현재 철도노조의 상황을 대변하는 듯했다.

이정국 기자 jglee@hani.co.kr

▷ [화보] 조계사에서 끌려나가는 사복경찰

박 대통령 사전엔 ‘대화’란 없는가 [성한용의 진단 #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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