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여대 총학생회는 20일 교정에 걸려 있던 학내 청소노동자들의 현수막 등을 철거하며 ‘1년에 한 번뿐인 축제를 예쁘게 치르고 싶어 현수막을 철거했다’고 공지했다. 공공운수노조 서경지부 페이스북 갈무리
축제기간 현수막 강제 철거한 총학생회 강력 비판
“구조적 문제를 개인에게 떠넘긴 학교가 해결하라”
“구조적 문제를 개인에게 떠넘긴 학교가 해결하라”
“축제에 방해가 된다”며 학내 청소노동자들의 현수막을 일방적으로 철거한 서울여대 총학생회에 대한 비난이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서울여대 졸업생들이 총학생회를 정면으로 비판하는 성명을 냈다.
‘서울여대 졸업생 143인’은 21일 ‘서울여대 바롬교육, 배운대로 삽시다’라는 성명을 내고 “총학생회의 무책임하고 경솔한 처사를 강력하게 비판하며 나아가 이 문제의 근본적 책임이 있는 전혜정 총장과 학교 당국이 청소노동자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기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청소노동자들의 피 토하는 심정을 단순히 천 조각으로 여긴 총학생회의 무심하고 안일한 태도가 일차적 원인”이라고 총학을 비판했다. 이어 “사람 되는 교육을 중시하며 지향한다는 학교가 구조적인 문제 책임을 힘없는 개인에게 전가하는 모습은 실망을 넘어 안타깝고, 졸업생으로 가졌던 긍지와 자부심에 상처를 입었다”고 토로했다.
이들은 또 △서울여대가 청소노동자를 학교 구성원으로 인정하고 처우 개선에 적극적으로 임할 것 △서울여대 총학생회는 공식 사과와 더불어 대표기구로서 책임있는 역할에 나서줄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앞서 서울여대 총학생회는 20일 학교에 걸려 있던 현수막 등을 철거하며 ‘1년에 한 번뿐인 축제를 예쁘게 치르고 싶어 현수막을 철거했다’고 공지했다. 비판이 불거지자 총학은 페이스북 등에서 “교내 학우와 더불어 지역사회, 그리고 타 학교생들과의 교류의 장이 되는 서랑제에서 보다 나은 축제 환경 조성을 위하여 철거를 결정하게 됐다”며 “학교와 노조 그 어느 측에도 치우치지 않고, 오로지 학생들이 더 즐길 수 있는 서랑제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학내 노동자와도 연대하지 못하는 대학 축제가 어떻게 지역사회와 교류의 장이 될 수 있겠나’ ‘축제 다 즐기고 나서 쓰레기는 청소노동자들에게 정리해달라고 하겠지’ 등의 비난이 이어지고 있다.
서울여대 총학의 이같은 행보는 축제 기간 동안 청소노동자와의 연대를 내세운 덕성여대, 연세대 등과 대조되며 온라인에서 더욱 큰 비판을 받고 있다. 덕성여대는 28일 시작되는 축제에서 ‘엄마를 부탁해’라는 연대 주점을 열고 “학교 안 가장 지저분한 곳에서 묵묵히 일하시는 비정규직 미화 어머님들의 근로 환경 개선을 위한 주점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관련 기사 : [카드뉴스] 대학축제, 갑질에 반기를 들다) 연세대에서는 지난 16일 교내 청소노동자들이 학생들이 보내준 지지에 감사한다며 “역시나 명문은 학생들이 만들어가는 것이었다”는 내용의 성명서(▶관련 기사 :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연세대 청소·경비노동자들 대자보 ‘감동’)를 올린 바 있다.
정유경 기자 edge@hani.co.kr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서울여대 총학생회가 페이스북을 통해 “학교와 노조 그 어느 측에도 치우치지 않고, 오로지 학생들이 더 즐길 수 있는 서랑제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고 해명했지만 오히려 역풍을 맞았다. 서울여대 총학생회 페이스북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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