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쌍용차 정리해고 당시 직장을 잃었다가 7년만에 복직한 유제선(손들고 있는 이)씨 등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이 1일 오전 사내연수를 받기 위해 경기 안성시 서운면 쌍용차 인재개발원으로 들어가면서 아직 복직하지 못한 동료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안성/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지난해말 노-노-사 합의 따라
복직신청 168명 중 18명 ‘첫 단추’
출근 염진영씨 “잠 한숨도 못 자”
김득중 지부장 “오늘이 우리의 내일”
복직신청 168명 중 18명 ‘첫 단추’
출근 염진영씨 “잠 한숨도 못 자”
김득중 지부장 “오늘이 우리의 내일”
1일 오전 경기 평택시 칠괴동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앞. 박호민(42)씨는 울음을 참지 못해 눈자위가 벌겋게 부어 올랐다. 2009년 대규모 정리해고를 당한 뒤 지난한 싸움 끝에 7년 만에 쌍용차에 다시 출근하기 직전이었다. 함께 싸웠지만 여전히 복직이 불투명한 동료들을 두고 출근하려니 발걸음이 쉬이 떨어지지 않았다. 공장 밖에 남게 된 한일동(52)씨와 고동민(41)씨는 그런 박씨의 손을 꼭 잡으며 “괜찮다”, “미안해 하지 말라”고 다독였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금속노동조합 쌍용자동차지부 소속 해고 노동자 18명이 7년 만에 출근버스를 탔다. 쌍용차지부는 이날 정리해고 노동자 18명을 포함해 무급 휴직자, 신규 채용자 등 40명이 1차 복직 대상자로 출근버스를 타고 경기 안성 쌍용차 인재개발원으로 출근했다고 밝혔다.
이날 오전 평택공장 앞은 복직 대상 노동자들과 이들을 축하해주러 찾아온 조합 간부, 해고 노동자들로 북적였다. 복직 대상자인 염진영(45)씨는 “잠을 한숨도 못 자고 밤을 꼬박 새웠다”며 “즐거운 마음보다 착잡한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해 12월30일 김득중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장과 홍봉석 기업노조 위원장, 최종식 쌍용차 사장은 해고자와 희망 퇴직자, 유관업체 전직자의 단계적 복직을 뼈대로 하는 노·노·사 3자 간 합의안을 의결했다. 이 합의에서 회사는 2017년 상반기까지 정리해고 및 징계해고 노동자 187명을 복직시키는 데 노력하며, 인력이 필요한 경우 ‘해고자 3, 희망퇴직자(분사자 포함) 3, 신규 채용 4’의 비율로 충원하기로 결정했다.
쌍용차는 합의안에 따라 이번에 40명을 채용했다. 40명에는 희망퇴직자 12명과 함께 정리해고자 12명이 포함됐고, 신규 채용자 16명 가운데 쌍용차 사내하청으로 일했던 비정규직 해고 노동자 6명도 포함됐다. 이로써 해고자는 모두 18명이 복직했다. 교섭 과정에서 쌍용차지부 쪽 교섭위원들이 ‘비정규직 문제가 최우선 과제’라는 원칙을 내세우고, 비정규직 해고자도 1인당 4억원이 넘는 체불 임금을 양보해 비정규직 우선 복직이라는 값진 성과를 이뤄냈다.
김득중 쌍용차지부장은 “가슴이 뭉클하다. 축하드리고 싶다. 미안해 하거나 부담스러워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함께 땀흘려 일했던 동료, 손에 익숙한 장비들 얼마나 그리워했었느냐”며 “이 열여덟명의 동지들의 오늘이, 아직 복직을 기다리고 있는 우리의 내일이 되도록 저를 비롯한 지부 임원들은 긴장을 놓지 않고 있다. 끝까지 연대의 손을 놓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쌍용차지부 쪽 설명을 종합하면, 복직 대상자 187명 가운데 합의에 따른 복직을 신청한 해고 노동자는 168명이다. 이제 복직 대상자는 150명이 남게 됐다. 쌍용차지부는 회사, 기업노조와 함께 매달 복직점검위원회를 열어 이들의 복직 방안을 논의한다. 김정욱 쌍용차지부 사무국장은 “첫 단추를 끼운 것인데 여전히 고민이 많다”며 “합의사항이 잘 지켜질지 여전히 미지수이고, 복직 대상자 선정 과정 등에서 회사가 벌써 합의 때와 다른 말을 하는 일도 벌어지고 있어서 불편함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이재훈 기자, 평택/김태형 기자 n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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