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0월16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실업급여 교육장 모습.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실업급여를 받으려면)알바 같은 경우는 사장님한테 ‘사장님이 절 잘랐다’는 뭐 이런 ‘퇴사 신고서’ 같은 거를 받아야 되니까 서로 조금 불편해질 수 있는 상황이 많이 발생할 수도 있고. 제 주변에도 해고를 당한 사례가 있는데 실제로 이렇게 요구를 했는데도 그냥 오히려 싸움식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았던 것 같아요…(코로나19로) 상황이 안 좋게 되어서 사장님도 어쩔 수 없이, 가게 상황 때문에 일을 그만두게 된 그런 조건이 심해지다 보니까 부탁드리는 것도 조금 더 어려워진 것 같기는 해요.” (호연씨)
“(실업급여 수급)조건이 충족되어도 받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잘 안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왜냐면 그런 걸 받은 주변의 사람을 한번도 본적이 없어서. 그냥 얘기 꺼내는 것도 굉장히 어려운 일이고. 알바생 입장에서 되게 받는 게 당연하지만 뭐, 실업급여뿐만 아니라 주휴수당이나 야간수당 같은 경우도 “먼저 주세요”라고 얘기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지만 되게 어렵고. 주변에 친구들도 15시간 이상 일해도 야간수당이나 주휴수당 둘 중에 한 개만 받더라고요. 그래서 그냥 “아, 이게 어디야”하며 일하고. 근데 그것도 그런데 실업급여까지 받는 친구는 정말 못본 것 같아요.” (수현씨)
서울 시내에서 아르바이트 노동을 하다가 코로나19로 일자리를 잃은 청년 노동자 10명 중 9명은 ‘실업급여’를 받지 못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이들은 실업급여도 받지 못하고, 일자리를 다시 구하는 것도 어려움을 겪고 있어 실업급여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서울청년유니온이 9일 발표한 ‘아르바이트 노동자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코로나19가 발생했던 지난해 1월 이후 실직한 청년(만19∼39세) 아르바이트 노동자 102명 중 92명(90.2%)이 ‘실업급여를 받지 못했다’고 답했다. 실태조사는 서울에서 거주하거나 일하다가 코로나19 감염 확산(2020년 1월) 이후 실직한 만 19~39세 아르바이트 노동자 102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2020년 11월10~24일) 방식으로 진행됐다. 서울청년유니온은 7명과의 집담회도 추가로 진행했다고 밝혔다.
실업급여를 받지 못한 이유로 ‘고용보험에 가입하지 않아서’(40명, 39.2%)가 가장 많았다. ‘일한 기간이 실업급여를 신청할 수 있는 최소 노동일수(180일)을 채우지 못해서’(30명, 29.4%), ‘자발적 퇴사여서’(15명, 14.7%) 등이 뒤를 이었다. ‘실업급여에 대해 알지 못해서’라고 답한 응답자도 3명 있었다.
전체 응답자 중 39명(38.3%)은 비자발적 해고, 권고사직, 계약 기간 만료 등으로 일자리를 잃어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는 조건을 갖추었지만 실업급여를 받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청년유니온이 실직자들을 대상으로 면접 인터뷰를 실시한 결과 ‘사장님을 걱정해서 실업급여를 신청하지 않았다’는 응답이 많이 나왔다. 자신의 실업급여 신청으로 ‘사장님’이 정부 지원을 못 받게 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어 얼굴을 붉히기보다 실업급여를 포기한다는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영상황 악화 등의 이유로 노동자를 해고하고 노동자가 실업급여를 신청을 위한 이직확인서를 받아가면 고용주가 받는 ‘일자리 안정자금’ 지원이 중단될 수 있다. 30인 미만 사업장에 지원되는 ‘일자리 안정자금’은 지급요건으로 ‘인위적 감원이 없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청년유니온은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이 사업장의 어려움을 직접 보면서 당연한 권리를 요구하는 것도 망설이게 된다”고 짚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코로나19로 일자리를 잃었던 청년 노동자들이 ‘재취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사실이다. 전체 응답자(102명) 중 14명(13.7%)만이 재취업에 성공했다고 답했고, 나머지 88명(86.3%)는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소득원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응답자들은 재취업이 어려워진 이유로 ‘채용규모 축소’(69.2%)를 가장 많이 꼽았다.
청년유니온은 “갑작스러운 실업 이후 노동시장을 완전히 빠져나가거나 불안정 노동으로 흘러들어 가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 존재하는 실업급여가 실효성을 위협받고 있다”며 “코로나19와 같은 경제위기로 일자리를 잃은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급여 대상자를 확대하는 등 제도적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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