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직 노동자에 견줘 비정규직 노동자가, 남성보다는 여성이 코로나19 위기로 인한 실직과 소득감소로 더욱 심각한 피해를 입고 있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29일 시민단체 ‘직장갑질119’가 공공상생연대기금과 함께 ‘코로나19와 직장생활 변화’라는 주제로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17~23일) 결과를 보면, 지난해 1월 이후 실직경험이 있다고 답한 응답자는 18.6%로 집계됐다.
그런데 정규직의 실직 경험은 7.2%였으나 비정규직은 35.8%로 약 5배 차이가 났다. 저임금 노동자(월 150만원 미만)의 실직경험률은 40.5%로 (월 500만원 이상) 고임금노동자(3.8%)보다 열 배 이상 높았고, 여성(24.8%)의 실직경험이 남성(14.1%)보다 10%포인트 이상 높았다. 비노조원의 실직경험(20.4%)도 노조원(6.3%)보다 3.2배 많았다. 조사결과 코로나19 유행 전인 2020년 1월과 현재 소득을 비교해 ‘소득이 줄었다’고 응답한 비정규직 노동자는 58.3%로 정규직(19.2%)보다 3배 이상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직장갑질119> 제공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직장갑질119는 “코로나19 위기로 인한 실직, 소득감소와 같은 피해는 비정규직, 특수고용, 프리랜서, 저임금 노동자, 5인 미만 사업장에 집중되고 있다”며 “하지만 정작 사회안전망 제도는 비정규직 노동자는 가입대상에 포함이 안 되고 5인 미만 사업장 저임금 노동자들은 사용자가 가입하지 않아 실업급여를 받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일자리를 잃은 뒤 실업급여를 받은 사람은 10명 중 2명에 불과했다. 실직경험이 있는 응답자 중에서 실업급여를 받았다고 답한 사람은 24.2%에 그쳤다. 정규직 노동자는 44.2%가 실업급여를 받았다고 답했지만, 비정규직 노동자는 18.2% 만이 실업급여를 받았다고 답했다. 직장갑질119 권두섭 변호사는 “기존의 고용보험제도는 코로나19로 피해를 본 계층에는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며 “정부는 지금이라도 고용 보험제도 밖에 있는 실직, 소득감소를 겪은 모든 노동자와 취업자들에게 ‘재난실업수당’을 지급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직장갑질119는 “최저임금 70% 수준의 재난실업수당을 최소 180일 이상 지급해야 한다”며 “수당의 50%는 현금으로, 나머지 50%는 지역 화폐로 지급하면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들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이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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