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옥숙/소설가
희망나무
친 형제간보다 사이가 좋은 영호와 경만은 칼국수 집을 차려 동업을 하기로 했습니다. 사람들은 부모형제간도, 친구 사이도 갈라놓는 게 동업이라며 뜯어말렸지만 칼국수 집을 차린 두 사람은 열심히 일했지요. 두 사람의 친절함과 넉넉한 인심이 소문이 나면서 식당은 나날이 번창했습니다.
시간이 지나자 이 두 사람 사이도 서서히 틈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경만은 가끔씩 친한 사람들이 찾아오면 자신이 계산하거나 계산을 하지 않는 경우도 있었지요. 영호는 경만의 장사 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아 불만이 점점 쌓여갔습니다.
“경만아, 장사는 장사야. 아무리 친한 사람들이라고 돈 안받고 그러다간, 하루아침에 가게 문 닫게 돼.”
“영호 너, 내가 지난번에 진규형 왔을 때 계산 안한 걸로 그러는가 본데 진규형 실업자잖아. 우리가 한턱 낸 걸로 하면 되지. 너 인생 너무 야박하게 사는 거 아니다.”
“내 말은 그게 아니고….”
“아, 됐어. 내가 동업 그만 두면 될 거 아냐. 내 이 동업 더러워서 안 한다.” 경만은 식당 문을 박차고 나가버렸습니다. 영호는 경만의 반격에 한대 얻어맞은 기분이었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니 경만이 화를 내는 것이 이해가 되었습니다. 정이 많은 경만은 사람들에게 늘 퍼주고 싶어 했습니다. 칼국수집이 이만큼 잘 되는 것도 넉넉한 인심을 베푼 경만의 덕이었다는 생각이 들었지요. 동업을 시작하기 전에 사람들은 부모 자식간이건 형제간이건 갈라놓는 게 동업이라고, 동업은 백발백중 실패한다고 했습니다. 돈 때문에 친구를 잃을 수는 없는 일이었습니다. 식당 안에서 한참을 서성거리던 영호는 식당 문을 밀고 나갔습니다. 경만이 식당문 앞에 쭈그리고 앉아 줄담배를 피우고 있었습니다. 경만이 영호를 외면하며 돌아앉았습니다. “경만아! 모쪼록 속이 태평양 같은 네가 이 좀팽이 같은 박영호를 좀 봐줘라.” 영호가 손을 모아 싹싹 비는 자세를 취하며 너스레를 떨었습니다. 경만이 픽 웃었습니다. “나도 말을 너무 심하게 한 것 같다. 장사는 장산데, 내가 너무 원칙도 없이 장사한 거 같다. 미안하다.”
“아니야. 이대로만 해. 지금까지 해온 대로만 장사하면 돼. 음식장사 너 만큼 잘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냐? 너는 타고난 장사꾼이야.”
“그거, 칭찬이냐? 뭐냐? 너, 뭐 잘못 먹었냐?” 영호는 경만의 등을 식당 안으로 떠밀었습니다. 억만금을 주고도 결코 살 수 없는 우정을 되찾은 두 남자의 실팍한 등짝이 믿음직스러워 보였습니다. 김옥숙/소설가
“영호 너, 내가 지난번에 진규형 왔을 때 계산 안한 걸로 그러는가 본데 진규형 실업자잖아. 우리가 한턱 낸 걸로 하면 되지. 너 인생 너무 야박하게 사는 거 아니다.”
“내 말은 그게 아니고….”
“아, 됐어. 내가 동업 그만 두면 될 거 아냐. 내 이 동업 더러워서 안 한다.” 경만은 식당 문을 박차고 나가버렸습니다. 영호는 경만의 반격에 한대 얻어맞은 기분이었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니 경만이 화를 내는 것이 이해가 되었습니다. 정이 많은 경만은 사람들에게 늘 퍼주고 싶어 했습니다. 칼국수집이 이만큼 잘 되는 것도 넉넉한 인심을 베푼 경만의 덕이었다는 생각이 들었지요. 동업을 시작하기 전에 사람들은 부모 자식간이건 형제간이건 갈라놓는 게 동업이라고, 동업은 백발백중 실패한다고 했습니다. 돈 때문에 친구를 잃을 수는 없는 일이었습니다. 식당 안에서 한참을 서성거리던 영호는 식당 문을 밀고 나갔습니다. 경만이 식당문 앞에 쭈그리고 앉아 줄담배를 피우고 있었습니다. 경만이 영호를 외면하며 돌아앉았습니다. “경만아! 모쪼록 속이 태평양 같은 네가 이 좀팽이 같은 박영호를 좀 봐줘라.” 영호가 손을 모아 싹싹 비는 자세를 취하며 너스레를 떨었습니다. 경만이 픽 웃었습니다. “나도 말을 너무 심하게 한 것 같다. 장사는 장산데, 내가 너무 원칙도 없이 장사한 거 같다. 미안하다.”
“아니야. 이대로만 해. 지금까지 해온 대로만 장사하면 돼. 음식장사 너 만큼 잘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냐? 너는 타고난 장사꾼이야.”
“그거, 칭찬이냐? 뭐냐? 너, 뭐 잘못 먹었냐?” 영호는 경만의 등을 식당 안으로 떠밀었습니다. 억만금을 주고도 결코 살 수 없는 우정을 되찾은 두 남자의 실팍한 등짝이 믿음직스러워 보였습니다. 김옥숙/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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