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자 큰날개 대표. 김경호 기자
[인터뷰] 박정자 ‘큰날개’ 대표
시어머니가 내민 3천만원에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한 달 전쯤 찾아가서 “빵집 여는 데 돈이 필요하다”고 말씀드렸을 때 거절하던 시어머니였다. “네 아파트도 팔아 없애고, 이 집마저 저당 잡히면 앞으로 어떡하려고 그러느냐”고.
남편 없이 형제를 키우는 며느리를 걱정하는 시어머니의 마음을 모르는 바 아니다. 그래도 서운했다. 그러던 시어머니가 은행에서 집을 담보로 돈을 빌려 왔다. 시어머니가 한 달 내내 얼마나 속을 끓이셨을지 생각하니 속상해 눈물이 났다. ‘빌려달라’고는 했지만 갚아드릴 날이 까마득해 더 미안했다. “어쩌겠냐. 좋은 일 한다는데 …, 너는 며느리가 아니라 내 아들이야. 알지?” 또 한번 울었다.
그렇게 ‘몹쓸 며느리’가 되면서까지 박정자(44) 큰날개 대표는 그예 빵집을 만들었다. 그는 ‘장애인이 지역 사회에서 어울려 살려면 일자리가 꼭 필요하다’고 믿는다. 사회가 지원금으로 생활비를 해결해 주는 게 아니라 장애인 스스로 땀흘려 벌 수 있도록 하는 일터 말이다. 5년째 장애인 자립생활을 지원하는 시민단체 프랜드케어를 운영하면서 그렇게 믿게 됐다. 박 대표는 “빵집은 앞으로 장애인들과 사회적 약자들에게 일자리를 마련해 줄 다양한 대안일터의 첫번째 실험”이라고 했다. 빵집을 굳이 용산의 골목길에 만들고, 이 지역 주민들에게 빵을 팔겠다는 ‘영업전략’도 장애인이 지역사회에 뿌리내리고 살아야 한다는 생각과 맥이 닿는다.
“지역 주민인 장애인들이 만든 빵을 지역 주민들이 배달시켜서 먹는 거죠. 우리가 만든 건강빵이 장애인 인권을 옹호하는 구호 못지않게 장애인들의 자립에 실질적인 큰 힘이 될 겁니다.”
박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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