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대전 을지대병원에서 동생 최영희(마스크 쓴 이)씨가 주치의 이민구 박사와 오빠 이대용씨의 쾌유를 바라고 있다. 사진/을지대병원 제공
부모 이혼으로 헤어진 이대용씨에게 간 이식한 최영희씨
“하루 만에 얼굴색이 더 좋아졌네. 탤런트 같아.”
성씨도 다른 남남으로 살아온 여동생이 40년 만에 만난 친오빠에게 간을 떼 줘 새 인생을 선물했다.
15일 대전 을지대병원 이대용(52·대전 중구 옥계동)씨의 입원실을 찾은 최영희(47·대전 서구 도마동)씨는 한결 밝아진 이씨의 안색을 살펴보며 인사말을 건넸다.
남매 사이인 이들의 성씨가 달라진 것은 40년 전 부모가 이혼하면서 최씨는 재가한 어머니를 따라가고, 이씨는 할머니에게 맡겨져 자랐기 때문이다. 12살, 7살 오누이는 생이별한 뒤 만나기는 커녕 생사조차 모르고 살았다. 이씨는 할머니가 돌아가시자 10대 시절부터 공사장 등에서 일하는 등 객지를 떠돌다 1998년 간경화 진단을 받았다.
4년여 전 고향인 대전으로 돌아온 이씨는 어릴 적 기억을 더듬어 여동생을 수소문했고, 공주 사는 친척에게서 소식을 듣고 눈물의 재회를 했다. 이씨는 최씨에게 “삶이 고달프고 병도 깊어지자 널 꼭 한번 보고 싶었다. 오빠로서 유일한 혈육도 보살피지 못했는데 네가 날 살려줬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오빠가 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형편이 여의치 않아 찾지를 못했죠. 늘 마음 한 구석이 허전했습니다.” 최씨는 오빠를 만나 ‘살다 보니 좋은 날이 왔다’고 기뻐했지만, 오빠 병세가 심상치 않다는 사실을 알고 유일한 희망인 ‘간 이식’을 결심했다.
그러나 ‘장기 기증은 3촌 이내만 가능’한데 현행법상 이씨와 최씨는 남남이었다. 최씨는 친척들이 써 준 친 남매 확인서와 호적등본, 유전자 검사 결과를 붙인 호소문을 내 혈연 장기기증을 인정받았고, 지난달 25일 장기이식 수술을 했다. 수술을 집도한 이민구(을지대병원 외과) 교수는 수술이 잘 돼 이씨와 최씨 모두 건강을 회복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씨는 “여동생에게 짐이 된 것 같아 미안하고 그동안 나누지 못한 혈육의 정을 생이 다할 때까지 나누겠다”고 다짐했다.
대전/송인걸 기자 igsong@hani.co.kr
대전/송인걸 기자 igsong@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