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규 경감
무기수와 13년간 희망편지 주고 받는 민병규 경감
“20년대초 젊음 안타까워” 성경책 권유 ‘인연’
수감 3년 뒤 첫 편지 보내와 ‘연민-속죄’ 화답 경찰관과 40대 초반의 무기수가 13년 동안 100여통의 희망편지를 주고받으며 아름다운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주인공은 전남 여수경찰서 중앙지구대장인 민병규(56·사진) 경감과 순천교도소에서 무기수로 복역 중인 박아무개(42)씨다. 이들의 인연은 16년 전인 1992년 여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20대 후반이던 박씨는 전남 여천에서 40대 남자를 해친 뒤 달아난 혐의로 한달 수배 끝에 군산에서 붙잡혀 끌려왔다. 여수경찰서 수사계장과 신우회장을 맡았던 민 경감은 강도살인 혐의로 유치장에 수감된 박씨를 눈여겨 봤다. 강력범죄를 저질렀지만 젊음이 안타까워 성경책을 넣어주고 따뜻하게 대해 줬다. 사건 직후라 경황이 없었던 박씨의 반응은 애초 무덤덤했다. 유치장에서 지내던 박씨는 재판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대구교도소로 이감됐다. 두 사람의 인연은 이쯤에서 끊어지는 듯했다.
그러나 3년이 95년 여름 민 경감한테 교도소 안에서 부친 편지 한 통이 날아들었다. 무기수인 박씨는 유치장에서 잘 대해준 데 감사하면서 불우한 가정환경을 털어놓고 소식이 없는 아버지를 찾아달라고 하소연했다. 민 경감은 만사를 제치고 박씨가 알려준 이름과 나이로 전산망을 뒤지고 수소문을 했다. 2주일 만에 박씨의 아버지가 여수가 아닌 제주에서 재혼해 산다는 근황을 적은 답장을 보냈다.
이때부터 다달이 한두 차례 편지가 이어졌다. 답장에 반색한 박씨는 민 경감한테 주기적으로 편지를 보내 심경을 토로했다. 민 경감도 박씨가 대구·군산·진주를 거쳐 순천으로 교도소를 옮기는 동안 교도소나 교도관에 연락해 수형 태도를 묻는 등 관심을 표명했다.
민 경감은 “유일한 혈육인 아버지가 재혼했다는 소식을 들은 박씨의 낙담이 깊었다”며 “교도소 안에서 신앙생활을 하면서 경찰서에서 처음으로 성경책을 넣어준 경찰관을 기억했나 보다”고 말했다.
두 사람의 편지는 서로의 호칭을 ‘장로’와 ‘성도’로 부르며 10년이 넘게 이어졌다. 민 경감은 경찰관으로서 신앙인으로서 용기와 희망을 북돋워주는 데 힘을 썼다. 박씨는 편지를 받으며 수형생활의 외로움과 쓸쓸함을 달랬다. 민 경감은 연민의 정을 적어 보내면 박씨는 속죄하는 마음으로 화답을 하곤했다. 민 경감은 “박씨가 모범수로 생활하는 데 보람을 느낀다”며 “비상근무 때문에 어렵겠지만 이번 추석에 특별면회라도 가고 싶다”고 속내를 내비쳤다. 하지만 그는 “상당수 경찰관과 교도관이 수형자한테 관심과 애정을 쏟고 있다”며 “편지를 주고받았을 뿐 특별한 일을 하지 않았는데 세상에 알려져 쑥스럽다”고 겸연쩍어했다. 여수/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사진 연합뉴스
수감 3년 뒤 첫 편지 보내와 ‘연민-속죄’ 화답 경찰관과 40대 초반의 무기수가 13년 동안 100여통의 희망편지를 주고받으며 아름다운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주인공은 전남 여수경찰서 중앙지구대장인 민병규(56·사진) 경감과 순천교도소에서 무기수로 복역 중인 박아무개(42)씨다. 이들의 인연은 16년 전인 1992년 여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20대 후반이던 박씨는 전남 여천에서 40대 남자를 해친 뒤 달아난 혐의로 한달 수배 끝에 군산에서 붙잡혀 끌려왔다. 여수경찰서 수사계장과 신우회장을 맡았던 민 경감은 강도살인 혐의로 유치장에 수감된 박씨를 눈여겨 봤다. 강력범죄를 저질렀지만 젊음이 안타까워 성경책을 넣어주고 따뜻하게 대해 줬다. 사건 직후라 경황이 없었던 박씨의 반응은 애초 무덤덤했다. 유치장에서 지내던 박씨는 재판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대구교도소로 이감됐다. 두 사람의 인연은 이쯤에서 끊어지는 듯했다.
무기수와 13년간 희망편지 주고 받는 민병규 경감
두 사람의 편지는 서로의 호칭을 ‘장로’와 ‘성도’로 부르며 10년이 넘게 이어졌다. 민 경감은 경찰관으로서 신앙인으로서 용기와 희망을 북돋워주는 데 힘을 썼다. 박씨는 편지를 받으며 수형생활의 외로움과 쓸쓸함을 달랬다. 민 경감은 연민의 정을 적어 보내면 박씨는 속죄하는 마음으로 화답을 하곤했다. 민 경감은 “박씨가 모범수로 생활하는 데 보람을 느낀다”며 “비상근무 때문에 어렵겠지만 이번 추석에 특별면회라도 가고 싶다”고 속내를 내비쳤다. 하지만 그는 “상당수 경찰관과 교도관이 수형자한테 관심과 애정을 쏟고 있다”며 “편지를 주고받았을 뿐 특별한 일을 하지 않았는데 세상에 알려져 쑥스럽다”고 겸연쩍어했다. 여수/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사진 연합뉴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