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방암 환자 위한 ‘핑크리본 콘서트’ 연 의사들
유방암 환자 위한 ‘핑크리본 콘서트’ 연 의사들
머리가 희끗희끗한 30여명의 의사들이 하얀 가운을 벗고 분홍색 나비넥타이를 맸다. 분홍색은 ‘유방암 예방’을 상징한다. 객석의 환자들에게 분홍빛 장미를 나눠주며 무대에 오르는 의사들을 향해 박수와 환호가 쏟아졌다. “흠, 흠” 목소리를 가다듬은 뒤 객석에 모인 600여명의 관객을 향해 입을 모았다. “우리 만남은 우연이 아니야~” 무대에 선 합창단은 서울대병원, 광주 전남대병원, 부산 동아대병원 등 전국에서 모인 유방암 전문의들이고, 관객은 이들의 환자와 그 가족들이었다. ‘유방암의 달’ 맞아 전국 전문의들 한 무대에
환자들도 답가…“우리 위해 노래하니 믿음직” 노래가 끝나자 이번에는 분홍색 드레스를 입은 환자 40여명이 무대에 섰다. “즐거운 곳에서는~” 환우회 합창단의 답가가 흐르자 객석으로 물러나 있던 의사들의 입도 따라 움직였다. 9월의 마지막날, 서울 광진구 나루아트센터에서는 유방암 환자들을 위한 ‘핑크리본 희망애락 콘서트’가 열렸다. 10월은 ‘유방암의 달’로, 세계적으로는 분홍빛 리본을 다는 행사가 열린다. 우리나라도 해마다 유방암학회가 나서 환자들을 위한 교육행사 등을 열어 왔지만, 의사들이 환자들을 위한 무대를 만든 것은 처음이다. 분홍빛 의사들의 합창은 지난 8월 유방암학회에서 환자 400여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유방암에 있어 배우자의 역할’ 조사가 계기가 됐다. 조사에서 환자들이 배우자에게 원하는 것은 경제적인 도움보다는 정신적 안정과 감성적인 돌봄이라는 결과가 나온 것이다. 한림대 강동성심병원 박찬흔 교수(외과)는 “‘우리도 대부분 남자들이니 10월 캠페인 때 뭔가를 하면서 배우자 역할을 강조해 보자’는 의견이 나왔다”며 “자연스레 ‘그럼 노래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해서 오늘 자리가 마련된 것”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올해에는 두 곡뿐이었지만, 환자들의 반응이 뜨거워 내년부터는 레퍼토리를 늘려가고 싶다”고 말했다. 이번에 환우회 합창단으로 참가한 박은선(48)씨는 분홍빛 나비넥타이를 맨 주치의 안세현 교수(서울아산병원 외과)와 기념사진을 찍은 뒤 “병원에서 가운을 입고 만나던 분이 무대에 올라 우리를 위해 노래를 불러주는 모습을 보니 더욱 믿음이 생긴다”고 말했다. 하어영 기자 haha@hani.co.kr, 사진 유방암학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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