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사회일반

두가지 ‘그림자 기부’

등록 2008-04-04 18:18

“자식 끼니도 모자랐지만”
60대, 연대에 1억원 쾌척

경기도에 사는 한 60대 할머니가 아무 연고도 없는 연세대에 장학금 1억원을 기탁했다.

연세대 대학본부 관계자는 4일 “지난 1일 오후 60대 후반의 정아무개씨가 혼자 무작정 연세대 캠퍼스를 찾아와 봉투를 내밀었다”고 말했다. 교정을 지나던 한 대학원생에게 ‘장학금을 학교에 전달하고 싶은데 어디로 가야할지 모르겠다’고 도움을 요청해 이 학생의 안내로 대학본부를 찾아온 정씨는 5천만원과 4천만원 짜리 수표 각각 한장과 100만원짜리 수표 등 모두 1억원이 들어 있는 봉투를 내밀었다.

뜻밖의 온정 소식을 듣고 달려나온 김한중 연세대 총장과 만난 정씨는 “그동안 내가 어렵게 살았는데 최근에 내가 사는 곳이 재개발 돼 토지보상금을 받게 됐다. 어려운 생활을 하면서 공부를 열심히 하는 대학생들을 위한 장학금으로 써달라”고 말했다.

김 총장이 “하늘에서 복이 내릴 것”이라며 감사를 표하자 정씨는 드문드문 살아온 얘기를 털어놓았다. 결혼초 임신했을 때 쌀을 사먹을 돈도 없을 정도로 가난했고, 잘 먹지 못한 탓에 지금도 다리가 후들거려 걷기가 힘들다고. 그렇지만 1만원도 갚을 능력이 없는 형편이어서 주변의 도움을 받을 수도 없었던 정씨는 자식 세 명을 대학에 못보낸 것이 못내 한스럽다고 말했다. 대신 자신처럼 가난한 사람들도 열심히 공부할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는 뜻에서 장학금을 기부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씨는 “경기도에 살고 있는 사람이라고만 할 뿐 한사코 기부 사실도 신분도 밝히지 말아 달라”며 서둘러 자리를 떴다.


하어영 기자 haha@hani.co.kr


“고교때 도움 갚으려고”
30대, 완도고에 장학금

어촌 고교에서 가난한 학창시절을 보냈던 한 졸업생이 16년 만에 보은의 장학금을 모교에 보내 감동을 주고 있다.

전남 완도고는 4일 “지난달 하순 한 졸업생이 적으나마 장학금을 주고 싶은데 방법을 모른다는 전화를 걸어왔다”며 “전화를 받은 지 일주일 뒤 감사 편지와 전신환 100만원이 도착했다”고 밝혔다.

완도고는 이 졸업생의 뜻에 따라 15일 학생·교사·학부모 대표가 추천한 학생 3명한테 장학금을 전달할 예정이다.

이 편지의 주인공은 1992년 졸업한 30대 중반의 최아무개씨. 넉넉한 삶은 아니지만 동화책을 활용한 직업으로 열심히 살고 있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최씨는 편지에서 “학창시절 가난한 형편 때문에 수업료를 내지 못하고 다녔고 공부도 잘 하지 못했는데 뜻밖에 장학금을 받았다”며 “장학금을 준 담임 문재규 선생님이 늘 생각나 땀흘려 모은 보수의 일부를 후배들과 나누기로 했다”고 썼다. 또 “조회시간 이름이 불려졌을 때 가슴이 쿵쾅거렸고 장학금을 받아 자리로 돌아갈 때 눈물을 흘렸던 기억이 생생하다”며 “성적이 좋지 못해도 성실하게 생활하는 학생들한테 전달했으면 한다”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완도고는 지난달 29일 이 졸업생의 따뜻한 사연을 학교 누리집에 올려 안팎에 알렸다.

최기상 교장은 “교단에 선 지 40년이 지났지만 이런 아름다운 편지는 처음받아 보았다”며 “허락을 받지 못해 주소와 이름은 공개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광주/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