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오(사진)
조선대 이강오 교수 “학교·복지시설에” 병상유언
평생 독신으로 살며 이웃을 보살펴오던 50대 간호학 교수가 지병으로 세상을 떠나면서 전 재산을 사회에 내놓아 주위를 훈훈하게 하고 있다.
주인공은 지난달 27일 서울대병원에서 55살로 생을 마감한 조선대 간호학과 이강오(사진) 교수. 이 교수는 지난해 9월 유방암이 전이된 사실을 뒤늦게 발견하고 일년 동안 힘겨운 투병 생활을 해왔다. 죽음이 임박했음을 예감한 그는 자신이 모은 전 재산 5억원 가량을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병상 유언을 형제자매들한테 남겼다.
우선 현금 자산 2억원은 30년 동안 몸담았던 조선대에 장학기금으로 내놓았고, 광주시 북구 운암동 낙천대 아파트(115㎡)와 북구 운암동 주공3단지 아파트(69㎡) 등 아파트 두 채를 사회복지시설인 성요한수도회와 엠마우스복지관에 기증했다.
엠마우스복지관 쪽은 “이 교수가 간호대 학생들을 복지관에 보내 장애인들을 돕도록 다리를 놓기도 하고, 직접 복지관을 찾아와 후원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독실한 천주교 신자였던 이 교수는 생전에도 어려운 이웃과 가난한 제자들을 돕는 데 앞장섰다. 가정 형편이 어려워 등록금을 마련하지 못한 학생들한테 학비를 대주고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약자들한테는 관심과 배려를 잊지 않았다. 이 때문에 이 교수의 장례식장에는 많은 지인과 제자들이 찾아와 가족들도 알지 못했던 선행들을 전하며 그의 아름다운 마음과 안타까운 죽음을 기렸다.
동료인 김진선 교수(조선대 간호학과장)는 “평소 학생과 학교를 사랑하는 마음이 유별났다”며 “1977년부터 지난해 1학기까지 모교 교단에서 제자를 양성하는 데 열정을 불살랐고, 사회봉사에도 몸을 바쳤던 분이었다”고 회고했다.
‘백의의 천사’로 살았던 그의 주검은 화장돼 고향인 전남 순천에 묻혔다. 성요한수도회는 기증받은 아파트를 팔아 마련한 비용으로 ‘이레네’(평화를 나타내는 성인)라는 그의 세례명을 붙인 지적장애인 치료시설을 짓기로 했다.
안관옥 기자, 이수현 인턴기자 okahn@hani.co.kr
안관옥 기자, 이수현 인턴기자 ok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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