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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손 맞잡으면 더불어 행복해져요”

등록 2005-08-09 17:04수정 2005-08-09 17:06

아토피 피부염 환자들은 보통 2~3종의 식품에 대해 알레르기 증상을 보인다고 서울알레르기클리닉 노건웅 원장은 말했다.  내원한 환자의 식품 알레르기를 진단하기 위해 피부단자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서울알레르기클리닉 제공
아토피 피부염 환자들은 보통 2~3종의 식품에 대해 알레르기 증상을 보인다고 서울알레르기클리닉 노건웅 원장은 말했다. 내원한 환자의 식품 알레르기를 진단하기 위해 피부단자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서울알레르기클리닉 제공
장애·비장애 학생 참여 청소년 자원봉사캠프

2일 저녁 강원도 횡성군 청태산 자연휴양림. 아이들이 식당으로 모여 들었다. 두 세 명씩 짝을 지었다. 한 아이가 조금 앞서며 길을 알려준다. “앞에 웅덩이가 있어.” “응”하며 웃음띤 얼굴로 조심스레 발을 내딛는 아이는 시각장애인이다.

이들은 교보생명문화재단이 후원하고 숲생태지도자협회가 함께 연 청소년 자원봉사캠프 ‘더불어 행복하기’에 참가한 학생들이다. 장애, 비장애 학생들이 서로 도와가며 숲에서 자연과 하나 되는 체험을 하도록 마련된 행사. 충주성심맹아원의 시각장애인 22명과 초·중학생 30여 명이 참가했다. 이날 오후 조를 나누고 짝을 지어 여러 가지 놀이를 하면서 아이들은 금세 친해졌다.

저녁 행사는 점자를 배우는 시간. 점필과 점판을 받아들자 장애 학생들의 얼굴이 밝아진다. 앞을 거의 보지 못하는 민원(17)이는 “형아, 이거 뭐라고 썼어요?”라고 대희(10)가 내민 점자판을 손가락으로 짚어 본 뒤 “바다, 맞게 잘 썼어”라고 칭찬했다. 이어 왼편에 앉은 재연(16)이의 손을 잡고 종이에 점자를 찍어 나갔다. 유진(15·여)이는 같은 조의 동생 세 명에게 점자를 가르쳐 주느라 바쁘지만 얼굴에는 웃음이 가득하다. 캠프를 기획한 최병성 목사는 “장애 학생들이 자신도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도록 마련된 시간”이라고 말했다.

장애인은 점자 가르쳐주고 비장애인은 길 안내해주며
도와가며 자연을 느끼다

둘째 날인 3일 오전 아이들은 숙소 뒤편 숲으로 난 산책길 들머리에 모였다. 한 아이가 헬렌 켈러의 ‘3일 동안만 볼 수 있다면’을 읽어 나갔다. “나는 가끔, 사람이 성인이 되는 초기에 2~3일 동안이라도 시각장애인이나 귀머거리가 되어본다는 것은 하나의 축복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봅니다….”

한 단락을 읽고 나자 이번에는 시각장애 학생이 뒤를 잇는다. 눈길은 허공에 두고 손가락으로 책을 더듬으며 더디게 읽었지만 모두가 그 아이의 말에 정성스레 귀를 기울였다.

“당신의 눈을 쓰되 내일 당신이 맹인이 된다면 하는 기분으로 쓰세요. 다른 감각기관으로도 같은 방법을 쓸 수 있습니다…. 이 세계가 당신에게 여러 가지 수단을 통하여 자연의 아름다움과 즐거움을 주고 있습니다. 이 모든 면에 대해 감사를 돌리세요.”

글읽기가 끝난 뒤 아이들은 모둠별로 나뉘어 숲으로 향했다. 숲길에서는 이날 봉사를 나온 숲해설가 어르신들이 기다리고 있다. 아이들이 처음 간 곳은 ‘곤충과 식충식물 관찰하기’. 아이들은 살아 있는 장수하늘소와 애벌레를 만져보고 끈끈이주걱, 파리지옥 등 식충 식물을 보며 탄성을 질렀다. 앞을 보지 못하는 친구의 손을 잡고 만지도록 도와주는 아이도 있다.… ‘나무와 하나 되기’에서는 눈가리개를 하고 나무 조각 맞추기를 했다. 한참을 더듬어도 맞춰지지 않자 아이들이 힘들다고 소리친다. 양지현(12)양은 “시각장애인들이 얼마나 힘들게 살아가는지 알겠다”고 말했다.

새 소리를 알아맞히고 나무로 된 악기를 쳐 보는 ‘소리로 만나는 세상’, 씨앗의 종류와 역할을 알아보는 ‘씨앗이야기’, 맘모스 이빨, 공룡알, 암모나이트, 삽영충 등 수억년 된 화석을 직접 만져볼 수 있는 ‘타임머신을 타고 여행하기’ 등 아이들은 한 코스를 지날 때마다 처음으로 가까이서 만나는 자연을 느끼며 탄성을 질렀다. 빗줄기도 아이들의 즐거움을 뺏진 못했다.

“키 큰 나무가 작은 나무와 풀을 위해 비를 막아주고 있어요. 사람들도 그렇게 살면 좋겠어요.”

횡성/권복기 기자 fr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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