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감한 내용이라 삭제” 해명
엘지데이콤의 아이피티브이(IPTV) 서비스인 마이엘지티브이가 방송사 시사프로그램 중 미국산 쇠고기와 광고 불매운동 등을 다룬 프로그램을 삭제하거나 제외한 채 서비스하고 있어 가입자의 반발을 사는 등 물의를 빚고 있다.
아이피티브이는 인터넷에 기반한 티브이로, 현재 약 150만명의 가입자가 하나티브이·메가티브이·마이엘지티브이가 제공하는 주문형 방식의 시범서비스를 유료 이용하고 있다. 실시간 방송 등 본격 서비스는 올해 안에 방송통신위원회의 사업자 선정을 거쳐 제공된다.
월 8천원을 내고 마이엘지티브이 서비스를 이용하던 송태훈(37)씨는 지난달 9일 <한국방송>이 전날 방송한 다큐멘터리 ‘케이비에스 스페셜-쇠고기 재협상은 불가한가’를 마이엘지티브이를 통해 일부 시청한 뒤 이튿날 이를 마저 보려고 했으나 삭제돼 볼 수 없었다. 송씨는 <문화방송> ‘시사매거진 2580’과 ‘뉴스후’ 목록에서도 일부 프로그램이 빠져 있는 것을 알았다. 시사매거진 2580 목록엔 ‘대통령의 형’(6월15일), ‘위기의 정부’(6월8일) 등이 없었다. 뉴스후의 경우, 촛불집회를 다룬 ‘디지털세대-세상을 바꾸다’(6월7일)를 볼 수 없었다. 엘지티브이는 이들 프로그램을 서비스하다가 삭제했다. 광고 불매운동을 다룬 뉴스후의 ‘조중동 대 네티즌’(7월5일) 프로그램은 아예 처음부터 내보내지 않았다. 뉴스후의 다른 날짜 방영분은 정상적으로 서비스되고 있다.
업체의 해명도 석연치 않다. 엘지데이콤 쪽은 송씨의 항의에 처음에는 “소송 중인 프로그램이라 삭제했다”고 해명했다. 송씨가 이 해명이 사실무근임을 알고 다시 항의하자 “후발업체로 중립을 지켜야 하기 때문에 민감한 정국을 다룬 콘텐츠는 서비스할 수 없다”고 밝혔다. 엘지데이콤의 담당 임원은 14일 <한겨레>에 “우린 교양과 오락 위주의 편성을 지향하는데 정치적 편향 콘텐츠나 민감한 내용, 품질이 낮은 프로그램은 고객평가단 의견을 참조해 삭제하는 경우가 있다”며 “외부의 압력이 아닌 내부 결정에 따른 삭제”라고 말했다.
업계는 외부 압력이 있었거나 사업자 선정을 앞둔 지나친 눈치보기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메가티브이를 서비스하는 케이티의 한 관계자는 “계약이 이뤄진 정기 프로그램 가운데 일부를 사업자 입맛에 따라 삭제하거나 내보내지 않은 적은 없다”며 “사업자가 프로그램을 일방 삭제하는 것은 생각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최영묵 성공회대 교수(신문방송학)는 “프로그램 일부를 배제하려면 가입자와 프로그램 제공자의 동의가 필수적”이라며 “사업자가 일련의 프로그램 중 일부를 배제하는 등 편집권을 갖는 것으로 착각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특정한 내용을 지속적으로 배제하는 것 또한 왜곡”이라고 말했다.
구본권 기자 starry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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