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망법 개정안 뜯어보니
임시 삭제 안하면 과태료 3천만원
모니터링 의무화 사업자 통제강화 ‘개악’
방송통신위원회가 추진 중인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이 인터넷의 역기능을 방지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인터넷 통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강행되고 있다. 지난달 정부의 ‘인터넷 정보보호 종합대책’ 발표 이후 구체화되고 있는 개정안에는 기존 법안에 없던 조항들이 신설되면서 ‘인터넷 통제를 위한 개악안’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정보통신 사업자에게 불법정보 모니터링을 의무화하고 임시삭제 조처를 취하지 않을 경우 3천만원의 과태료를 물리도록 한 것이 대표적 독소조항이다. 현행 법률에도 게시물 삭제 요구를 받으면 사업자가 지체 없이 삭제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어청수 경찰청장 관련 게시글 삭제’에서 보듯 명예훼손성 글에 대한 자의적 요청과 삭제가 문제되고 있는 실정이다.
포털업계의 한 관계자는 “업체가 삭제 요구를 따르지 않은 경우가 없는데 과태료를 통해 새로이 처벌 규정을 도입하는 것은 지나치다”며 “인터넷 업체 길들이기 차원에서 처벌 규정이 추진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과태료는 기존의 법을 안 지킬 때 강제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이런 업계 요구에 대해 방통위 쪽은 ‘이미 잘 하고 있으면 이런 과태료 규정이 생겨도 관계없는 것 아니냐’는 입장이었다”고 밝혔다.
인터넷 광고 부정 클릭과 검색결과 조작의 경우에 징역 1년 이하와 1천만원 이하의 벌금 처벌 규정을 둔 것에 대해서도 의도와 실효성이 의심되고 있다. 부정 클릭이란 이용자가 온라인광고를 클릭할 경우 과금이 되는 종량제 검색광고에서, 타인의 광고비를 소진시킬 목적으로 타인의 광고를 부당하게 클릭하는 행위를 말한다. 검색 결과와 인터넷 광고는 업체 스스로 신뢰성을 의심받지 않기 위해 자율적으로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는 영역이다. 또 이 메커니즘은 외부에 노출될 경우 역효과가 의심되기 때문에 핵심적인 기밀로 취급된다. 또 ‘악성프로그램 삭제요청권’은 인터넷의 새로운 기술 등장을 막을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을 받는다.
인터넷 서비스 사업자들은 개정안이 통과되면 인터넷 업계에 대한 정부의 영향력이 막강해져 인터넷 산업 발전을 저해할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인터넷기업협회의 한 관계자는 “정보통신망법은 사실상 업계의 기본법이라, 그동안 여러 차례 요구사항을 전달했지만 반영된 것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전응휘 녹색소비자연대 상임위원은 “정부가 포털에 대한 규제 권한을 갖고자 하는 의도에서 만들어진 개악안”이라고 말했다. 21일, 민변·진보넷 등 48개 단체가 소속된 미디어행동은 성명을 내어 “사업자들은 이미 모니터링과 자의적 삭제를 해왔는데, 불법정보 모니터링을 의무화하는 것은 사업자에게 민·형사상 책임을 물리겠다는 것”이라며 “정부는 인터넷을 통제하려는 헛된 시도를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구본권 기자 starry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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