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위 “사적 공간…대상 아니다” 결론
구글의 유튜브에 이어 실명제(제한적 본인확인제) 적용 여부를 두고 관심을 모았던 단문형 블로그 ‘트위터’(twitter.com)에 대해 정부가 실명제를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방송통신위원회 관계자는 15일 <한겨레>에 “트위터는 불특정 다수에 노출되는 인터넷 게시판이 아닌 사적 메시지의 공간이어서, 본인확인제 대상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그동안 방통위는 트위터와 같은 단문형 블로그 서비스가 하루 방문자 10만명을 넘을 때 주민등록번호와 실명을 통해 본인 여부를 확인하는 실명제 사이트에 포함되는지를 놓고 검토를 벌여왔다.
인터넷 조사업체인 코리안클릭에 따르면, 지난 4월 하루평균 2000명 수준이던 트위터 국내 이용자는 최근 5만명 수준으로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이런 증가 추세라면 실명제 기준인 하루 10만명에 곧 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방통위 결정은 국외 서비스인 트위터에 실명제를 적용할 경우 지난 4월 구글 유튜브가 한국에서의 업로드(자료 올리기) 기능을 자진 폐쇄함으로써 실명제를 거부한 것과 유사한 사례가 벌어질 것을 예상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트위터도 구글 등 여느 외국 사이트와 마찬가지로 아이디와 비밀번호, 이메일 주소만 있으면 이용할 수 있다.
방통위의 이번 결정은 트위터만이 아니라, 단문형 블로그 모두에 해당하기 때문에 ‘미투데이’ ‘토씨’ 등과 같은 국내 서비스에도 적용된다. 이미 실명제를 적용한 에스케이텔레콤의 토씨와 달리 네이버의 미투데이는 아이디, 비밀번호, 이메일만을 가입 조건으로 요구해왔는데, 결국은 실명제 대상이 될 것으로 보고 준비해왔다. 미투데이를 개발해 서비스하고 있는 박수만 네이버 부장은 “국내 서비스에만 실명을 적용할까봐 우려했는데 다행스럽다”며 “서비스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트위터는 140자 안의 짧은 글을 올려 자신과 관계를 맺은 지인들에게 전달하는 서비스로, 휴대전화나 스마트폰 등 모바일 인터넷 환경에 최적화되어 있다. 세계적으로 트위터 이용자는 1년 전 200만명에서 최근 3200만명으로 빠르게 늘어났다. 트위터는 이란대선 직후 유혈사태에서 당국의 통제와 검열을 뚫는 가장 효과적인 통신수단으로 영향력을 드러냈다. ‘140자’라는 한계를 갖고 있지만, 웹과 연결된 상태로 휴대전화를 비롯한 다양한 모바일 단말기로 정보를 주고 받기 때문에 확장성과 전파성이 탁월하다.
트위터에 실명제를 적용하지 않기로 한 결정은, 인터넷실명제를 뒷받침하는 논리와 실효성에서 근원적 한계를 갖고 있음을 보여준다. 분명해진 것은 인터넷에서 익명으로 올린 글의 피해를 막겠다는 취지로 도입된 인터넷 게시판 실명제가 트위터처럼 새로운 유형의 웹서비스에는 더이상 적용하기 힘들어졌다는 점이다. 트위터는 싸이월드의 1촌과 달리 상대가 동의하지 않아도 얼마든지 상대를 ‘친구’로 등록해 그가 전달하는 메시지를 볼 수 있다. 현재 트위터에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자신을 친구로 등록한 175만명에게 한번에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파급력을 갖고 있다.
정치권에서도 김형오 국회의장을 비롯해 노회찬, 송영길, 심상정, 이미경, 이종걸, 정동영, 진수희, 천정배, 최문순 등 전·현직 의원들의 트위터 이용이 빠르게 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미국 방문길에 트위터 가입 의사를 밝혔으나 아직 가입은 하지 않은 상태다. 구본권 기자 starry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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