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방송경영 간섭받고 콘텐츠 제작기반 약화”
올해로 3년째를 맞은 <에스비에스>(SBS)의 미디어 지주회사 모델이 ‘방송의 공익성과 시청자 서비스 강화’라는 애초 취지에 크게 역행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에스비에스는 2008년 2월 에스비에스 홀딩스와 에스비에스로 분할됐으며 홀딩스는 같은해 5월 에스비에스를 자회사로 편입하면서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했다.
조준상 공공미디어연구소 소장은 17일 오후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열린 ‘지주회사체제, 방송의 미래인가-에스비에스 미디어홀딩스를 중심으로’ 토론회 발제문에서 “에스비에스는 지주회사인 에스비에스 미디어홀딩스의 일방주의적 행태로 경영은 물론 콘텐츠 제작 기반마저 약화되는 위기에 봉착했다”고 진단했다. 조 소장은 “에스비에스 경영진이 홀딩스의 인적 통제를 받으면서 에스비에스의 독립적 책임 경영이 구조적으로 불가능한 상태”라고 밝혔다.
홀딩스 최대 주주인 태영건설이 에스비에스로부터 외형적으로는 완전 철수했지만, 윤세영 태영그룹 회장과 측근들이 홀딩스의 지배력을 이용한 회전문 인사로 에스비에스 등 계열사를 장악해 종속관계를 한층 강화했다는 설명이다.
토론자로 나선 이윤민 언론노조 에스비에스본부 위원장은 “8월 초 홀딩스 부회장이 에스비에스 보도본부 간부들을 불러 회의를 열고 특정 계열사가 경영상 힘드니 잘 도와주고 협조하라고 부당한 간섭을 했다”며 사례를 제시했다.
이 위원장은 “홀딩스 사규를 보면 에스비에스 경영진을 평가하는 규정이 있을 정도로 경영진이 홀딩스에 종속되다 보니 노조 입장에선 협상테이블의 대화 상대가 실종됐다”며 “지주회사 체제가 노조와의 대화를 회피하는 수단이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지주회사 체제의 근본적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은 토론에서 “에스비에스 지주회사 체제는 태영그룹 오너가 에스비에스에서 형식적으로 손을 떼며 방송법의 규제를 우회적으로 피하면서도 추가 자금의 투입 없이 계열사 전반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는 편법으로 악용될 소지가 크다”고 꼬집었다. 김 소장은 “에스비에스는 홀딩스의 자회사간 거래에서 정당한 콘텐츠 수익을 보장받지 못해 적자를 보면서 제작 여건이 열악한 상황에 처하는 악순환 구조에 빠졌다”고 덧붙였다.
조 소장은 “단기 처방으로 홀딩스의 에스비에스 지분 소유 목적을 ‘지배’에서 ‘출자’로 변경하고 홀딩스와 에스비에스의 사업영역을 재조정해야 한다”며 “장기적으로는 방송법 내 지주회사 관련 규정을 마련하거나 별도의 방송지주회사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해법을 제시했다.
김정필 기자 fermat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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