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공정 보도 개선을” 연합뉴스 내부 불만 확산
전사원 66% 기자 71% “불공정”
현안 기사 데스킹서 변질 등 지적
사쪽 “내부소통 강화 노력할 것”
현안 기사 데스킹서 변질 등 지적
사쪽 “내부소통 강화 노력할 것”
<연합뉴스>가 보도 문제를 두고 노사간 갈등을 겪고 있다. 이명박 정부 들어 연합뉴스가 지나치게 정권의 눈치를 보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어 온 가운데, 급기야 내부 구성원들 사이에서 논조에 대한 불만이 터져 나온 것이다.
연합뉴스 노조가 지난달 27~28일 부장대우 이하 사원(총 520명 중 334명 응답)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는 연합뉴스 보도의 공정성이 크게 훼손됐다는 내부 구성원들의 인식을 대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보도가 공정하냐’는 질문에 전체 응답자의 65.9%가 부정적으로 답했고, 기자직의 경우 ‘공정하지 못하다’는 답변이 70.8%에 달했다. 기자직을 대상으로 ‘상사의 지시로 자신의 생각과 달리 공정하지 못한 보도를 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엔 ‘그렇다’가 37.4%로 조사됐다.
연합뉴스엔 연간 300억원의 국고가 지원되고 있다. 공적인 성격의 언론기관인 셈이다. 뉴스통신진흥법은 연합뉴스를 국가기간 뉴스통신사로 정의내리면서 ‘뉴스통신은 그 보도에 있어 공정하고 객관적이어야 한다’(5조)고 규정하고 있다.
10년차 이상의 한 기자는 “현재 내부 정서는 정부 정책의 현안 보도는 굳이 얘기를 안 해도 어떤 분위기로 치우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며 “그런 실체가 설문조사로 나타난 것”이라고 말했다. 법조를 취재했던 한 기자는 “정부와 정치권에 민감한 사안은 현장에서 취재 내용을 보고하면 특정한 방향으로 기사가 데스킹된다”며 “문제제기를 해도 데스크와 소통이 되지 않아 다툴 때가 많다”고 지적했다. 또다른 기자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라 최근 누적돼 온 불만이 표출된 것”이라고 전했다.
노조 쪽이 지적한 불공정 보도 사례는 김태호 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 4대강에 우호적인 잦은 특집, 세종시 문제 등이다. 정치적으로 민감한 현안을 다룰 때 현장의 판단을 무시하고 내려오는 일방적인 지시, 취재기자의 판단에 반한 기사 손질 등으로 기자들이 위축되고 있다는 게 노조 쪽 주장이다.
도마 위에 오른 단적인 보기가 ‘국정원이 민간인 사찰을 한다’고 주장했다 국가로부터 명예훼손을 당한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에 대한 지난달 15일 판결 기사다. 연합뉴스는 이날 오전 10시38분 ‘국정원 비판 박원순, 국가에 배상 책임 없다’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했으나, 오후 3시 ‘국가, 악의적 비판엔 명예훼손 소송 가능’이란 제목으로 변경해 종합 기사를 띄웠다. 법조를 출입하는 한 중앙일간지 기자는 “재판부가 언급한 지엽적인 부분을 제목으로 바꿔 박 상임이사의 승소 판결을 ‘물타기’ 한 게 아니냐는 말이 많았다”며 “이런 사례가 한두 번이 아니다”라고 전했다.
노조는 노사 동수(각 5명)로 구성돼 매달 한 차례 열리는 편집위원회에서 보도의 공정성과 관련된 노조 쪽 지적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다며 지난달부터 참여를 무기한 중단한 상태다. 강영두 노조 사무국장은 “노조 쪽 대표와 편집국장 등 사쪽 대표가 공정보도 방안을 협상 중”이라며 “공정보도 강화 장치를 요구했는데 사쪽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밝혔다. 박노황 편집국장은 “속성상 보수적인 데스크와 진보적인 젊은 기자들의 입장차에서 비롯된 측면이 있다”며 “기사를 줄이거나 (전송을) 늦출 경우 내부 소통을 강화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서중 성공회대 교수는 “연합뉴스는 우리 사회 의제설정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다는 점에서 언론 독립성에 대한 내부 구성원들의 의식이 중요하다”며 “좀 늦게 나타나긴 했지만 내부의 자성 움직임으로 해결하려는 의지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정필 기자 fermata@hani.co.kr
김정필 기자 fermat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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