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일방적 홍보회견 여전
13개월 만의 기자회견도 ‘일방통행식 홍보’에 그쳤다. 이명박 대통령은 3일 청와대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관련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검찰의 민간인 사찰 수사, 남북정상회담과 같은 국내 현안에 대한 질문은 대부분 무시했다. 대신 기자회견의 주제인 ‘G20’ 홍보에만 주력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지난해 9월 G20 정상회의 유치 특별기자회견이 열린 지 1년1개월여 만이다. 당시 회견에서 청와대는 G20에만 질문을 국한해 최대 현안이었던 세종시 문제조차 언급되지 않았다.
이 대통령 취임 뒤 2년8개월 동안 G20 관련 두 차례를 포함해 모두 4차례의 공식 기자회견이 있었다. 2008년 4월13일엔 미·일 순방 관련 기자회견이, 같은 해 6월22일엔 쇠고기 협상 관련 특별기자회견이 열렸다. 2년 전엔 현안에 대한 질의 응답이 있었다. 결국 청와대 출입기자들은 2008년 이후 2년이 넘게 대통령과 제대로 된 기자회견을 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3일 질문자로 나선 국내 기자 7명 가운데 5명은 G20 관련 질의에 집중했고, 나머지 2명이 남북정상회담과 개헌, 검찰의 일부 대기업·민간인 사찰 수사 등에 대해 간략히 질의했다. 대통령은 G20이 아닌 주제는 기자회견에서 다루기 적절하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 대통령은 개헌 관련 질의에는 “헌법 개정에 대해서는 이 자리에서 답변할 사안은 아닌 거 같다”며 “오늘 이 문제는 너무 크게 다루지 말고 G20을 다뤄달라”고 화제를 돌렸다. ‘청와대 대포폰’이 불거지면서 최대 현안으로 떠오른 검찰의 민간인 사찰 수사 관련 질의나 남북정상회담은 아예 답변에서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박영선 언론연대 대외협력국장은 “대통령으로서 국민이 궁금해하는 질문을 피하는 건 국민의 알권리를 무시하는 처신”이라며 “국민과의 소통은 외면하고 G20 정상들과의 소통을 강화하는 게 국격을 높이는 건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김정필 기자 fermat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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