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AE원전 수주·G20 등 친정부적 보도
“공정방송” 구호에 시청자들 불신 깊어
KBS쪽선 “균형보도·소통강화” 반박
“공정방송” 구호에 시청자들 불신 깊어
KBS쪽선 “균형보도·소통강화” 반박
김인규 <한국방송>(KBS) 사장은 24일 취임 1년을 맞는다. 지난 19일 이사회 의결로 수신료 인상의 첫 단추를 꿴 김 사장은 23일 사원 조례까지 열어 사내 구성원들이 수신료 인상에 힘을 모아줄 것을 주문했다.
하지만 여론의 반응은 차갑다. 수신료에 대한 정서적 저항도 무시할 수 없지만, 반감의 중심엔 ‘대통령 선거참모 사장체제의 한국방송’이 보여온 불공정 보도 행태에 대한 불신이 자리하고 있다. 한편에선 종합편성채널 진출을 준비하고 있는 보수언론들이 ‘광고 유지’에 초점을 맞춰 비판의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2008년 8월 정연주 전 사장을 해임하고 새 사장으로 이병순씨를 임명했다. 새 사장은 탐사보도팀 전면 축소, 시사 프로그램 폐지 등을 주도하며 현 정권이 불편해할 비판 보도를 솎아냈다.
이 전 사장이 권력감시 기능의 거세에 주력했다면 뒤를 이은 김 사장은 이 대통령의 선거참모 출신답게 좀더 공격적인 정권 홍보에 초점을 맞춰왔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정부 비판엔 침묵하고 홍보엔 동조하는 왜곡된 ‘공영방송’ 시스템이 공고화된 셈이다.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보도에서 한국방송의 현주소가 여실히 드러났다. G20 주관방송사로서 예능·오락 프로까지 망라한 전방위적 홍보는 논외로 하더라도 낯뜨거운 정부홍보성 뉴스 멘트는 공영방송의 ‘품격’을 크게 떨어뜨렸다는 지적이다.
“G20 정상회의, 예행연습도 어찌나 빈틈없는지 각국 지도자들의 배우자까지 대역을 썼습니다”(11월9일ㆍ앵커 멘트), “일부 (외국) 언론들은 한국이 또다시 아시아의 기적이 됐다고 극찬했습니다”(11월10일ㆍ기자 멘트), “정상들은 이 대통령의 리더십에 평가를 아끼지 않았습니다”(11월12일ㆍ기자 멘트) 지난 11~12일 G20 기간을 전후로 한국방송 ‘뉴스 9’를 장식한 앵커·기자 멘트 일부이다.
지난해 12월27일 ‘아랍에미리트 원자력발전소 공사 수주’ 보도는 노골적인 이 대통령 띄우기의 전형으로 꼽힌다. ‘뉴스 9’에선 이 대통령의 막판 담판 소식을 집중 조명하며 ‘성공신화’ 알리기에 바빴다. ‘정상 외교로 뒤집기’란 관련 보도에선 “현대건설 회장 시절 원전 건설을 지휘했던 이 대통령의 경험과 지식이 이번 비즈니스 정상외교에서 큰 역할을 한 것”이라는 기자 멘트까지 실렸다. 한국방송은 당일 <문화방송>(MBC)과 <에스비에스>(SBS)보다 두배가 많은 8건의 관련 보도를 쏟아냈다.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다양한 형태의 특집 프로그램이 정부 정책 홍보에 동원됐다. 한국방송 새노조에 따르면, G20은 특집 프로그램만 총 60여편(편성시간 3300분)이 제작됐다. 원전 수주와 관련해선 ‘기획특집 한국형 원전 세계로’(1월5일)에 이어 한국전력의 협찬(1억원)을 받은 ‘원전 수출 기념 열린음악회’(1월31일)가 방송됐다. 한국방송의 새 노조 관계자는 “각종 돌발성 관제 프로그램 주문에 현장의 불만이 많다”고 말했다. 지난 1월 ‘세종시 수정안’ 발표 당시에도 한국방송은 정부 쪽 정책 미화에만 초점을 맞췄다. 지난 6·2 지방선거를 앞두고는 오세훈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에게 유리한 토론규칙을 내놓아 야당 쪽의 강한 반발을 샀다. 한국방송이 지난 5월11일 예정된 서울시장 후보 토론을 위해 내놓은 최초 안을 보면 도입부에 ‘현역 단체장의 시정평가’를 배치하면서 오세훈 당시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에겐 답변 및 보충 답변까지 5회(3분30초)를, 다른 3명의 후보에겐 1회(1분30초)의 질문 기회만을 부여했다. 또 정부에 민감한 사안인 4대강 사업은 토론 주제에서 제외했다. 김유진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한국방송의 보도는 제 역할을 못하는 수준을 넘어서 여론 왜곡의 수준까지 나아가고 있다”며 “민주화 흐름에 역행해 공영방송의 뿌리가 흔들릴 경우 국민 불신을 회복하기 위한 엄청난 사회적 복구 비용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 사장은 올해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언론수용자 의식조사’에서 한국방송이 영향력ㆍ신뢰도 1위를 차지했다며 불공정보도 비판을 일축하고 있다. 하지만 사정을 들여다보면 김 사장의 해석에 동의하기 쉽지 않다. 한국방송은 정연주 전 사장 재임 시절인 2008년 같은 기관 조사에서도 1위를 차지했다. 오히려 <기자협회>, <시사인>, <시사저널>의 올해 조사에선 1위 자리를 내주고 후순위로 밀려났다. 전체적으로 보면 신뢰도가 떨어진 셈이다. 보도국의 한 기자는 “김 사장의 정치적 성향 때문에 좋은 보직을 노리는 간부들이 충성 경쟁하느라 정부 코드에 맞는 내용을 주문 생산하는 경향이 크다”며 “회사가 내부 소통도 안 되고 외압에도 무기력한 모습”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기자는 “본인이 ‘특보 출신’ 사장이라는 점을 전혀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고 다수의 구성원도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는 게 더 큰 문제”라며 “사장의 일방독주식 리더십에 많은 구성원들이 등을 돌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상덕 한국방송 홍보주간은 “‘특보 사장’이라는 꼬리표 때문에 정부 편향적이라는 이미지 공격을 받는데 현장에선 균형 보도를 더 강화하고 있다”며 “조직 소통도 허리 역할을 맡는 팀장의 역할을 확대해 정보 공유와 상하 소통을 보다 원활하게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김정필 기자 fermata@hani.co.kr
정부편향 ‘점입가경’ (KBS) 보도가 이명박 정권으로 교체 뒤 지나치게 친정부적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방송은 ‘뉴스9’에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와 아랍에미리트연합 원전 수주 과정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역할을 돋보이게 보도했다.(위부터)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다양한 형태의 특집 프로그램이 정부 정책 홍보에 동원됐다. 한국방송 새노조에 따르면, G20은 특집 프로그램만 총 60여편(편성시간 3300분)이 제작됐다. 원전 수주와 관련해선 ‘기획특집 한국형 원전 세계로’(1월5일)에 이어 한국전력의 협찬(1억원)을 받은 ‘원전 수출 기념 열린음악회’(1월31일)가 방송됐다. 한국방송의 새 노조 관계자는 “각종 돌발성 관제 프로그램 주문에 현장의 불만이 많다”고 말했다. 지난 1월 ‘세종시 수정안’ 발표 당시에도 한국방송은 정부 쪽 정책 미화에만 초점을 맞췄다. 지난 6·2 지방선거를 앞두고는 오세훈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에게 유리한 토론규칙을 내놓아 야당 쪽의 강한 반발을 샀다. 한국방송이 지난 5월11일 예정된 서울시장 후보 토론을 위해 내놓은 최초 안을 보면 도입부에 ‘현역 단체장의 시정평가’를 배치하면서 오세훈 당시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에겐 답변 및 보충 답변까지 5회(3분30초)를, 다른 3명의 후보에겐 1회(1분30초)의 질문 기회만을 부여했다. 또 정부에 민감한 사안인 4대강 사업은 토론 주제에서 제외했다. 김유진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한국방송의 보도는 제 역할을 못하는 수준을 넘어서 여론 왜곡의 수준까지 나아가고 있다”며 “민주화 흐름에 역행해 공영방송의 뿌리가 흔들릴 경우 국민 불신을 회복하기 위한 엄청난 사회적 복구 비용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 사장은 올해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언론수용자 의식조사’에서 한국방송이 영향력ㆍ신뢰도 1위를 차지했다며 불공정보도 비판을 일축하고 있다. 하지만 사정을 들여다보면 김 사장의 해석에 동의하기 쉽지 않다. 한국방송은 정연주 전 사장 재임 시절인 2008년 같은 기관 조사에서도 1위를 차지했다. 오히려 <기자협회>, <시사인>, <시사저널>의 올해 조사에선 1위 자리를 내주고 후순위로 밀려났다. 전체적으로 보면 신뢰도가 떨어진 셈이다. 보도국의 한 기자는 “김 사장의 정치적 성향 때문에 좋은 보직을 노리는 간부들이 충성 경쟁하느라 정부 코드에 맞는 내용을 주문 생산하는 경향이 크다”며 “회사가 내부 소통도 안 되고 외압에도 무기력한 모습”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기자는 “본인이 ‘특보 출신’ 사장이라는 점을 전혀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고 다수의 구성원도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는 게 더 큰 문제”라며 “사장의 일방독주식 리더십에 많은 구성원들이 등을 돌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상덕 한국방송 홍보주간은 “‘특보 사장’이라는 꼬리표 때문에 정부 편향적이라는 이미지 공격을 받는데 현장에선 균형 보도를 더 강화하고 있다”며 “조직 소통도 허리 역할을 맡는 팀장의 역할을 확대해 정보 공유와 상하 소통을 보다 원활하게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김정필 기자 fermat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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