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편·보도채널 지원사 따로 간담회
언론사도 영향력 끼칠 통로로 이용
언론사도 영향력 끼칠 통로로 이용
종합편성 혹은 보도전문채널 진출을 준비하는 언론사의 방송통신위원회 출입기자들이 극심한 ‘정보경쟁’에 시달리고 있다. 문제는 이 노고가 특종을 낚기 위한 게 아니라 엉뚱하게도 자사의 사업권 획득을 위한 정보수집에 투여되고 있다는 점이다.
예비사업자인 한 언론사는 출입기자에게 매일 종편 관련 정보보고를 10개씩 제출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업무는 제쳐놓고 종편 관련 정보에만 촉각을 곤두세우라는 요구인 셈이다. 또다른 출입기자는 “회사에서 종편의 ㅈ자만 나와도 상세하게 보고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 기자는 부서장뿐 아니라 경영진과 종편 추진 티에프팀 간부까지 수시로 종편 관련 주문사항이 쏟아진다며 ‘기자 본연의 업무’ 수행에 어려움이 많다고 토로했다.
‘기자의 로비스트화’에는 방통위의 적절치 못한 행태도 일조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방통위는 지난 8월 종편 관련 기자간담회를 하면서 사업 진출 희망 언론사와 그렇지 않은 언론사를 분리해 23, 24일 이틀에 걸쳐 진행했다. 사업에 참여할 언론사에 애초 종편 계획안을 좀더 부연 설명하려고 나눴다는 게 방통위의 해명이었으나, ‘출입기자들을 사업준비팀의 일원으로 간주한 태도가 아니냐’는 뒷말이 무성했다.
방통위의 한 간부는 지난 11월 초 출입기자들과 오찬 자리에서 종편 희망 언론사의 한 기자를 지목해 “따로 얘기 좀 하자”고 제안했다. 이 간부는 종편 허용 개수 등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밝힌 뒤, 이 기자가 속한 언론사에서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들어보고 싶은 의중을 내비쳤다. 출입기자를 예비사업자의 의향을 파악하는 메신저로 활용한 것이다.
방통위는 공식적으로 예비사업자 쪽과 일체의 전화·대면 접촉을 삼가고 있다. 지난달 12일 방통위는 예비사업자 대상 설명회에서 각사 종편 추진팀에 “오해의 소지가 있으니 방통위와의 접촉을 삼가달라”고 주문했다. 궁금한 게 있으면 누리집 ‘질의 응답 게시판’을 이용해달라고 했다. 답이 언제 올라올지 모르는 온라인 접촉만 허용되다 보니 언론사들이 방통위에서 영향력이 있는 출입기자들을 활용하는 손쉬운 해결책에 기대게 되는 것이다. 이 경우, 비언론사 예비사업자에게는 그만큼 불이익이 가게 된다.
임영호 부산대 교수는 “전형적인 이해상충이 복합적으로 발생한 것”이라며 “방통위는 특혜 시비가 나오지 않게 국민의 알 권리 차원에서라도 기자들에게 알린 것은 일반인에게도 온라인 게시판을 통해 동일하게 공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문현숙 선임기자 hyuns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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