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보도 관련 외부 기고
김용진 기자 ‘정직 4개월’
김용진 기자 ‘정직 4개월’
“케이비에스(KBS)의 ‘품위’는 공영방송의 책무를 인식하고 진실을 보도하는 것이다. 케이비에스의 이런 ‘품위’가 손상됐다는 글을 기고한 데 대해 되레 기자의 ‘품위 유지’ 위반을 이유로 중징계한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자사 프로그램의 ‘친정부 편향’을 외부매체 지면에서 비판한 대가로 4개월 정직이라는 중징계를 받은 김용진 <한국방송> 울산방송국 보도국 기자의 항변이다. 그는 지난달 11일 미디어주간지 <미디어오늘>에 기고한 ‘나는 케이비에스의 영향력이 두렵다’는 제목의 글에서 한국방송이 주요 20개국(G20) 관련 프로그램을 대거 편성한 것을 문제삼았다. 한국방송 새 노조에 따르면, G20 관련 한국방송 프로그램의 편성 분량은 3300분이나 된다. 그는 이 글에서 “케이비에스의 수뇌부는 불과 1년여 만에 케이비에스를 이명박 정권의 프로파간다 도구로 전락시켰다”고 비판했다.
‘직설’의 대가는 혹독했다. 울산방송국을 관할하는 부산총국은 22일 인사위를 열어 정직 4개월 징계를 결정했다. 김 기자가 외부에 기고를 한 행위로 케이비에스의 이미지와 명예가 훼손됐다는 게 사유다. 김 기자는 재심을 청구하기로 했다.
지난 1월 해체된 한국방송 탐사보도팀의 산파 노릇을 한 김 기자의 수난은 이번만이 아니다. 그는 2008년 9월 이병순 전 사장 취임 직후 이뤄진 인사에서 탐사보도팀장에서 일반 팀원으로 발령난 뒤 한달 새 부산총국, 울산방송국으로 전보 발령됐다. 이 인사를 놓고 경영진에 비판적인 기자에 대한 ‘부관참시 인사’라는 뒷말이 나왔다.
김 기자는 23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케이비에스는 수신료를 재원으로 하는 공적 소유이기 때문에 정부 정책을 다룰 때 정권에 휘둘리지 말고 보수든 진보든 다양한 목소리를 전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그는 “G20은 집중홍보하면서 한시간짜리인 ‘추적60분-4대강 편’은 2주간 방영을 보류시켰다”면서 이는 한국방송의 편성이 얼마나 왜곡됐는지를 보여주는 방증이라고 설명했다.
김정필 기자 fermat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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