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편성·보도전문 방송채널 사업자 선정을 위한 전체회의가 열린 지난 31일 서울 세종로 방통위 회의장에 종편 선정 결정에 반대하는 양문석 상임위원의 자리가 비어 있다. 이날 선정은 야당 위원들의 불참 속에 여당 상임위원 3명의 의결로 이뤄졌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방통위 ‘광고확대 전망’ 허울뿐
광고시장 저성장 …수용가능 종편은 1개
종편 1곳당 3년 4천억~5천억 손실 불가피
방통위 ‘장고끝 악수’…“자본금 금방 바닥”
광고시장 저성장 …수용가능 종편은 1개
종편 1곳당 3년 4천억~5천억 손실 불가피
방통위 ‘장고끝 악수’…“자본금 금방 바닥”
“방송시장이 향후 종합편성채널 4곳을 수용할 여력이 있나?”(종편 선정 신문사 기자)
“시장의 불확실성과 경쟁은 항상 직면해 있다. 이제부터 방송시장을 확대해 나갈 다양한 정책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김준상 방송통신위원회 방송정책국장)
종편 사업자 4곳이 무더기로 선정된 지난달 31일 방통위 기자회견에서 나온 질의응답이다. 방송업계에선 “종편사업자는 ‘승자의 저주’에 직면했고, 방통위는 ‘장고 끝에 악수’를 뒀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방송시장이 종편 개수에 부정적으로 반응하는 배경에는 종편 합격자가 애초 저성장 굴레에 빠진 방송시장의 수용 가능 개수(1개)를 훨씬 웃돈 측면이 작용했다.
방통위는 지난달 17일 2011년도 업무보고에서, 2009년과 2010년 각각 0.68%(7조3500억원), 0.73%(8조1000억원)였던 국내총생산(GDP) 대비 광고시장 규모를 올해 0.74%(8조7000억원)로, 2015년엔 1%(13조8000억원) 수준으로 확대하겠다고 공언했다. 이를 두고 학계에선 지디피 성장속도에 비해 총광고비가 점점 감소하는 추세를 고려하지 못한 ‘허울 좋은 장밋빛 전망’이란 비판이 나오고 있다. 박원기 한국방송광고공사 광고산업연구소 연구위원이 1977년부터 2009년까지 지디피 성장률(한국은행 자료)과 광고비 성장률(제일기획 자료)을 분석한 결과, 2007년 지디피와 총광고비 성장률은 각각 5.1%, 4.7%였으나 2008년은 지디피 2.3%, 총광고비 -2.4%, 2009년엔 0.2%와 -6.9%로 성장률 편차가 더 벌어졌다.
정연우 세명대 광고홍보학과 교수는 “광고비 성장은 지디피의 문제가 아니라 내수시장 규모와 관련이 깊다”며 “우리나라는 내수시장 비율이 50% 안팎에 불과한데 무작정 지디피를 기준으로 1% 올리겠다는 건 광고시장 규모를 지나치게 확대해석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방통위는 올 업무보고에서 방송광고 금지품목 완화, 지상파 중간광고 허용 검토 등 광고 시장을 늘리기 위한 부양책을 무더기로 내놓았다. 하지만 이런 정책적 지원도 종편 4개를 먹여 살리기에는 벅차 보인다.
미디어미래연구소는 지난달 중순 발표한 자료에서, 올해 방송광고매출이 3조5336억원으로 지난해 3조1928억원보다 3408억원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올해 지디피 성장률 4.2%를 가정해 종편 도입과 민영미디어렙, 중간광고 도입 요소가 반영된 전망치다. 이 증액분이 모두 종편 4곳에 흘러간다고 가정해도 종편 한곳당 800억여원이다.
종편이 어느 정도로 사업규모를 짤지가 관건이지만 방송업계에선 초기 시설투자와 인건비에만 1000억~2000억원, 평균시청률 1% 올리는 데 제작비 1000억원이 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김민기 숭실대 교수는 “종편 한곳당 초기 3년간 최소 4000억~5000억원 정도의 손실이 불가피하다”고 전망했다.
종편사업자 4곳이 시장에 갖고 들어오는 3000억~4000억원의 자본금이 초기 정착의 충격파를 흡수할 순 있겠지만 전망은 낙관적이지 않다.
<에스비에스>(SBS)의 한 관계자는 “시청률은 돈과 정직하게 비례한다”며 “지상파 드라마의 세트비만 1000억원에 육박하는데 종편이 지상파와 경쟁할 킬러 콘텐츠를 발굴하려면 지금의 자본금으론 얼마 버티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방송광고시장의 덩치가 종편 4개를 감당하지 못할 경우 종편 연착륙의 전제조건인 ‘초기 시설·콘텐츠 투자→시청률 확보→광고매출’이라는 선순환구조가 어긋날 확률이 높다. 종편사업자들이 미디어렙 체제 편입보단 직접 광고영업을 희망하는 것도 이런 우려와 무관치 않다. 이수범 인천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자본금이 금방 바닥나 지상파 방송과의 경쟁에서 밀려 ‘프로그램 질 저하→시청률 하락→제작비 제한’의 악순환구조에 빠져들면 신문의 영향력을 활용한 광고영업에 치중할 가능성이 높다”며 “자원이 고갈된 방송시장이 ‘레드오션’(붉은 피를 흘려야 하는 경쟁시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필 기자 fermata@hani.co.kr
종편사업자 4곳이 시장에 갖고 들어오는 3000억~4000억원의 자본금이 초기 정착의 충격파를 흡수할 순 있겠지만 전망은 낙관적이지 않다.
전체 광고시장과 방송광고시장 추이
<에스비에스>(SBS)의 한 관계자는 “시청률은 돈과 정직하게 비례한다”며 “지상파 드라마의 세트비만 1000억원에 육박하는데 종편이 지상파와 경쟁할 킬러 콘텐츠를 발굴하려면 지금의 자본금으론 얼마 버티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방송광고시장의 덩치가 종편 4개를 감당하지 못할 경우 종편 연착륙의 전제조건인 ‘초기 시설·콘텐츠 투자→시청률 확보→광고매출’이라는 선순환구조가 어긋날 확률이 높다. 종편사업자들이 미디어렙 체제 편입보단 직접 광고영업을 희망하는 것도 이런 우려와 무관치 않다. 이수범 인천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자본금이 금방 바닥나 지상파 방송과의 경쟁에서 밀려 ‘프로그램 질 저하→시청률 하락→제작비 제한’의 악순환구조에 빠져들면 신문의 영향력을 활용한 광고영업에 치중할 가능성이 높다”며 “자원이 고갈된 방송시장이 ‘레드오션’(붉은 피를 흘려야 하는 경쟁시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필 기자 fermat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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