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동안 체포·수감 반복
피디수첩 물갈이 사태엔
“이젠 제작진 솎아내기중”
피디수첩 물갈이 사태엔
“이젠 제작진 솎아내기중”
‘3번의 체포, 3번의 수감, 7건의 범죄혐의.’ 전국언론노조 위원장 임기 3년6개월 동안 그가 단 ‘훈장’이다. <에스비에스>(SBS) ‘세상에 이런 일이’, ‘그것이 알고 싶다’를 제작하며 잘나가던 방송사 피디를 마다하고 1만5000명의 언론노조원 대표로 ‘외도’한 대가였다.
2007년 9월8일, 그가 취임한 이후 언론계엔 이명박 정부의 방송장악 쓰나미가 밀려들었다. 언론법 개정부터 정연주 전 <한국방송>(KBS) 사장 해임, 한국방송과 <문화방송>(MBC) 파업, 조·중·동 종합편성채널까지. “방구석보다 길바닥이 편했던” 투쟁의 기록을 뒤로하고 그는 이제 피디로 돌아간다. 4일, 한국언론회관 18층 언론노조 사무실에서 최상재(50·사진) 전 위원장을 만났다.
떠나는 그에게 최근 불거진 엠비시 피디수첩 ‘물갈이 인사’ 사태가 눈에 밟힌 듯했다. 그는 “정권 초기 방송사 상층부를 장악했다면 이젠 현장 제작진까지 솎아내려는 작업이 진행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각 사별로 대처할 문제가 아니다”라며 “언론노조 차원에서 공동 대응하는 방안을 논의중”이라고 말했다.
지난 3년 언론인 8명이 해직됐고 60명이 기소됐으며 240명이 중징계를 받았다. 지난달 28일 임기를 마친 그는 취임 당시를 떠올리며 “민주정부 10년 동안 절차적 민주주의가 상당히 진전했기 때문에 누가 정권을 잡아도 언론의 독립성을 훼손하지 못할 거란 순진한 생각을 했다”며 “80년대식 엠비(MB) 정부의 언론 탄압은 예상치 못했다”고 말했다. 그의 말은 엄살이 아니다. 현직 위원장이 체포된 건 언론노조 출범(1988년) 이후 처음이다. 기소는 권영길 전 위원장(1989년 언론노보 발행으로 정간법 위반 혐의)에 이어 두번째다.
그는 임기 중 세차례(2008년 12월, 2009년 2월, 2009년 7월) 언론노조 총파업을 이끌었다. 전체 사업장을 대상으로 한 파업은 처음이었다. 재벌과 보수언론의 방송 진출을 허용한 언론법 개정안을 막기 위해서였다. 결과적으로 조중동 종편 진출을 막진 못했지만 그는 파업의 성과로 세가지를 꼽았다. “파업을 통해 종편 출범을 1년6개월 늦추면서 지난해 단체장 선거를 조중동 방송 없이 치렀고 30대 재벌기업의 종편 참여를 막았다. 언론의 공공성에 대해 시민사회의 공감대를 넓힌 것도 큰 소득이다.”
개인적으론 수난의 시기였다. 그는 시도 때도 없이 경찰에 체포됐다. 거리 축구 응원을 하다, 둘째 딸을 학교에 바래다주다, 단식을 하다 수갑을 찼다. 그는 “둘째 딸이 살가운 성격이 아닌데, 체포됐다 며칠 뒤 집에 들어가니 혹시 또 잡혀갈까봐 졸졸 따라다녀 마음이 아팠다”고 말했다.
그는 오는 5~6월 사이 ‘그것이 알고 싶다’ 팀으로 복직한다. 명품 다큐 프로그램을 한편 남기는 게 소망이다. “우리가 한발 물러서면 언로가 막힌 시민들이 직접 거리로 나와 피를 흘릴 수밖에 없다. 우리가 용기를 내면 시민 희생을 막을 수 있다는 각오로 내·외부 압력에 치열하게 싸워야 한다.” 현직 조합원들에게 주는 전 위원장의 당부다.
글·사진 김정필 기자 fermat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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