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뉴스데스크, 개편 전후 비교
개편 직후 기획·분석기사 급감
사회뉴스 연성화 두드러져
사회뉴스 연성화 두드러져
“심층보도를 강화한다고 보면 된다.”
지난해 11월 초 <문화방송>(MBC) 주말 뉴스데스크의 시간대 이동(밤 9시→8시)을 앞두고 최일구 앵커가 밝혔던 일성이다. 하지만 개편 5개월을 맞은 주말 뉴스데스크의 변화상을 ‘심층보도 강화’로 요약하는 데 동의하는 시청자들은 많지 않다.
<한겨레>가 5일 엠비시 프로그램 개편 전후인 지난해 10월과 12월(11월은 아시안게임으로 제외) 주말 뉴스데스크를 비교·분석한 결과, 기획·분석 보도가 크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10월 한달(방송 10차례) 주말 뉴스데스크 보도 169건 중 스트레이트성 보도(사건·사고·정보전달·화제거리)는 65%(110건), 기획분석 보도 33%(55건), 인터뷰성 보도가 2%(4건)를 차지했다. 그러나 개편 다음달인 12월(8차례 방송) 132건의 보도 가운데 스트레이트성 보도는 77%(102건)로 늘어난 반면 기획·분석 보도는 12%(16건)로 대폭 줄었다. 그나마 기획·분석 보도 16건 중 3건은 자사 시사프로그램인 뉴스플러스의 프로그램을 빌려온 것이다.
12월4일 한-미 에프티에이(FTA) 재협상(12월4일) 보도는 뉴스데스크의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수출 묶고, 수입 풀고’, ‘국회 비준 동의 절차와 전망’, ‘미국 중진의원들 긍정 평가’ 등 5건의 보도가 대체로 사실 전달에 그쳤다. 비판적 시각과 심층 분석은 찾을 수 없었다.
사회 분야 소재가 연성화된 점도 눈에 띄었다. 흥미를 끄는 화제나 생활정보들이 뉴스의 단골손님이었다. 예컨대, 12월엔 주말 뉴스데스크 8차례 방송 가운데 6차례나 사회 뉴스의 소재로 동물이 등장했다. 12월11일 ‘말레이곰 탈출 엿새째’ 보도는 톱뉴스 다음에 배치됐는데, 당일 ‘정치권, 형님 예산 두고 공방전’, ‘UAE 파병 결정, 뒷배경은’ 보도는 각각 8, 9번째로 밀렸다.
주말 뉴스데스크의 연성화가 다른 방송사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에스비에스>(SBS) 보도국의 한 기자는 “비판보도를 표방했던 엠비시 뉴스데스크가 주말에 동시간대로 오면서 선정적 보도로 가면 상업방송인 에스비에스가 따라가지 않을 수 없다”며 “시청률 경쟁은 두 방송사의 저널리즘의 질을 떨어뜨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재훈 엠비시 민주방송실천위원회 간사는 지난달 18일 한 포럼에서 “일회성 아이템 보도는 당장 시청률의 토대가 되지만 궁극적으론 엠비시 뉴스를 봐야 할 이유를 사라지게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김유진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비판과 감시 기능 포기는 엠비시 정체성 훼손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필 기자 fermat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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