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렙 입법과 관련해 한나라당과 협상을 벌인 노영민 민주통합당 원내수석부대표(왼쪽)가 2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정범구 최고위원과 이야기하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원내 대표단, 방송사 지분률 낮추는 방안 논의
“종편특혜”-“법 더 못늦춰” 언론단체들도 이견
“종편특혜”-“법 더 못늦춰” 언론단체들도 이견
민주통합당(민주당)은 27일 의원총회를 열어 여야 원내수석부대표가 잠정 합의한 미디어렙(방송광고 판매대행사) 법안의 추인 여부를 논의했으나 뚜렷한 결론을 내지 못했다.
노영민 민주당 원내 수석부대표는 “26일 밤늦게까지 언론노조와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 등 언론단체들과 협상 결과를 두고 토론을 하고, 의원총회에서도 함께 동의할 수 있는 안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지만 언론단체들 사이에서도 이견이 있고, 당내에서도 다른 의견이 있어 합의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김진표 민주당 원내대표와 노영민 원내 수석부대표는 27일 저녁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만나 미디어렙법 처리 방향에 대한 최종 의견을 조율했다. 김 대표와 노영민 부대표는 방송사의 미디어렙 지분 소유율을 낮추는 방안 등 미디어렙의 독립성을 강화하는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야 원내 부대표들이 잠정 합의한 안은 △1공 다민(문화방송은 공영 미디어렙에 포함) △종편 미디어렙 의무위탁 2년 유예 △지주회사의 미디어렙 출자 금지 △방송사 1인 소유지분 한도 40% △이종 매체 간 교차판매(크로스미디어 판매) 금지 등을 뼈대로 하고 있다. 이 안은 민주당과 시민단체가 요구한 종편의 즉각 위탁, ‘1공 1민’, 소유지분 20% 이하 안과는 괴리가 크다.
언론계에선 사실상 ‘조중동 종편’ 특혜법이라는 비판이 쏟아진다. 종편이 미디어렙 체제 편입을 2년 유예받고 그 뒤에도 1인 최대 40% 지분의 자사 렙을 설립할 수 있다면 ‘직접 영업 용인’과 뭐가 다르냐는 항변이 나온다.
조준상 언론개혁시민연대(언론연대) 사무총장은 “지분을 20%로 낮춰야 특정 방송사가 전적으로 입김을 발휘하는 자사 렙 형태의 미디어렙 체제 도입을 막을 수 있다. 20% 이하로 1인 지분을 낮추면 복수의 민영 방송사가 함께 협치하는 미디어렙 체제를 만들 수 있다”고 밝혔다. 정연우 세명대 교수는 “종편이 지분 40%를 출자한 렙을 만들면, 광고와 방송의 칸막이는 무너지고 프로그램 기획 단계부터 광고주 입김이 들어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문화방송 노조는 성명에서 “조중동 종편이 미디어렙 규제를 받지 않는 건 그동안 시민사회와 언론단체가 가장 우려했던 1사 1렙의 ‘정글 시대’가 되는 것”이라며 “여야 모두 동의하고 있는 취약매체보호법을 통과시키든지, 엠비시와 에스비에스의 독자적인 렙 운영을 당분간 막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런 비판적 여론 한편엔 연내 처리 시한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대승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민주당과 수개월 동안 법안 조율을 해왔던 언론노조를 비롯해 언론연대, 지역·종교방송 등은 광고 취약 미디어 보호를 위해 법 마련 시기를 늦추는 것은 곤란하다는 입장에서 일부 양보가 불가피하다는 의견을 보이고 있다. 법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내년 초 문화방송 등 지상파까지 직접 영업에 뛰어들 경우 광고 연계 판매가 주 재원인 작은 방송이 큰 타격을 입게 될 수 있다는 우려를 하고 있다.
전규찬 언론연대 대표는 “공영방송이 미디어렙에서 뛰쳐나가 자본권력에 휘둘리지 않게 하고 지주회사의 약탈을 막아내는 것이 조중동 방송의 시장교란 차단 못지않게 중요하다”며 연내 입법 시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반면 민언련은 조중동 방송의 직접 영업을 허용하는 유예안은 시장의 황폐화를 더 불러일으킨다는 주장을 내세우고 있다.
문화방송은 자사만 공영 렙에 지정하는 여야 잠정 합의안에 반발해, 내년 1월 자사 렙을 설립하겠다고 공식 선언한 상태다. 문화방송이 자사 렙을 통해 광고 직거래에 뛰어들게 되면 방송광고의 상업화가 급류를 탈 전망이다. 방송 광고시장의 공공성이 크게 와해된다는 의미다.
문현숙 선임기자, 권귀순 이태희 기자 hyuns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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