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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미디어

우리는 준파시스트 민주국가에서 살고 있는가

등록 2012-08-21 20:19

장행훈 언론광장 공동대표
장행훈 언론광장 공동대표
미디어 전망대
<문화방송>(MBC)의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와 <한국방송>(KBS)의 새 이사회가 구성됐다. 이제 넉 달도 채 남지 않은 대통령선거에 큰 영향을 끼치게 될 두 공영방송의 관리·감독기구다. 그러기에 새 이사회 출범에 국민들도 관심이 많다. 무엇보다 새 이사회가 편파 방송 문제로 퇴진 압력을 받고 있는 ‘낙하산 사장’을 교체할 것인지, 대선을 보도하는 데서 공정 방송 체제를 어떻게 회복할 것인지가 가장 큰 관심사다.

그런데 이사회 구성을 보면 우리의 기대와는 상당한 거리가 있는 것 같다. 우선 14일 출범한 새 방문진 이사진에는 <문화방송>을 이명박 정권의 시녀로 만들었다는 비판과 퇴진 압력의 표적이 된 김재철 사장을 감싸온 김재우 전 이사장과 2명의 이사가 포함돼 있다. 방통위가 김재철 사장을 지지해온 이사들을 재임명한 것이다. 이명박 정권이 ‘낙하산 사장’을 교체할 의사가 없음을 드러낸 결정이다.

한때 친박계 인사들은 새 이사회가 출범하면 김재철 사장이 퇴출될 가능성이 있다는 말을 흘렸다. 19대 국회 개원 협상 때 새누리당이 야당의 언론청문회 요구를 받아들였을 때도 그랬다. 새누리당도 여론의 표적이 된 김재철 사장을 안고 가는 것이 박근혜 후보의 당선에 결코 도움이 안 된다는 데 생각이 같다는 해석이었다.

그러나 방문진 이사회 구성이나 김 사장의 태도, <한국방송> 새 이사회의 구성, 거기다 파업 참가자들의 대량 징계 조처 등을 종합해 보면 언론에 보도된 것과는 흐름이 달랐다. 김재철 체제의 유지 가능성을 강하게 풍겼다. 낙하산 사장 퇴진과 공정 방송을 요구하며 파업에 참가한 기자·피디들이 만드는 <문화방송>의 선거 보도가 박 후보에게 오히려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시각이 교체파를 압도한 결과인가? 언론 윤리가 아니라 대선 승리에 도움이 되느냐 아니냐의 입장에서 보면 가능한 일이다. 김재우 이사장 연임(김재철 퇴진 거부)을 이명박-박근혜 합작의 산물로 보는 해석이 나도는 배경이다.

5·16이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보는 정치인에게 대통령이라는 ‘역사적 과업’ 달성에 도움이 되는 일인데 ‘낙하산 사장’이 문제나 되겠는가? 언론 자유는 우선순위에서 정권 장악과 비교가 안 된다. 언론 자유를 위해 투쟁하는 언론인이나 야당은 이것을 명심하고 대책을 세워야 한다.

<한국방송> 새 노조는 권력형 언론인인 이길영 현 감사의 이사 선임을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 전략’의 일환으로 보고 반대하고 있다. 그가 새 이사장으로 선출될 경우 과거 심복이었던 박근혜 캠프의 김병호 공보위원과 현 김인규 사장을 통해 <한국방송>을 선거운동에 이용할 수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결국 새 이사회 출범에도 불구하고 두 공영방송의 변화를 기대하기 어려운 것 같다.

미국의 한 파시즘 관련 웹사이트는 14가지의 파시즘 특징을 열거하고 있다. 이명박 정권은 이 중에서 언론 통제, 인권 경시, 대기업 보호, 노조 탄압, 족벌주의와 부패 만연, 국가 안보 집착, 정권과 종교 유착, 부정선거 술책 등 가장 파시스트적인 특징 여덟가지를 정권 유지의 무기로 이용해 왔다. 미국의 반파시즘 저자인 저스틴 레이몬도는 민주국가의 파시스트들은 민주주의자로 자처하고 민주주의 이름으로 파시즘 행위를 자행하는 것이 특징이라고 했다. 언론이 문제 제기를 안 하면 일반 국민은 곧잘 간과한다. 이명박 정권과 새누리당의 언론 장악 현상을 보면서 우리가 진정한 민주주의 사회에 살고 있는지 자문하게 된다.

장행훈 언론광장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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