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 정치인으로 알려져 있는 김무성 전 새누리당 의원의 처남이 <한국방송>(KBS)이 새로 도입하는 경제프로그램의 진행자로 유력하게 거론되다가, 논란이 일자 스스로 사의를 밝혔다. 한국방송의 봄맞이 프로그램 개편과 새 진행자 발탁이 ‘정권에 코드 맞추기’라는 논란이 잇따라 일고 있다.
전국언론노조 한국방송본부(새노조)는 1일 성명서를 내고 “새로 도입되는 1라디오 경제프로그램 진행자로 내정된 최양오씨가 김무성 전 새누리당 의원의 처남으로 밝혀졌다”며 “길환영 한국방송 사장은 누더기가 된 관제·졸속 개편에 대해 공개 사과하라”고 밝혔다.
앞서 지난달 28일 한국방송 새노조는 <열린토론>을 폐지하고 새로 편성되는 라디오 시사 프로그램 진행자로 ‘친박’ 성향의 정치평론가 고성국씨가, 라디오 경제 프로그램 <경제투데이>의 진행자로는 방송 경력이 전무한 청와대 행정관 출신의 기업인 최양오씨가 내정됐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그 이튿날에는 박근혜 대통령의 조카인 연예인 은지원씨가 건강 정보 텔레비전 프로그램인 <비타민>의 새 진행자로 발탁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커졌다.
한국방송 새노조는 최고위 간부들이 제작진과 협의 없이 이런 진행자 선정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최씨의 경우 “제작진 가운데 누구도 그의 섭외에 관여한 적 없으며, 최씨에게 확인한 결과 서기철 라디오1국장한테서 직접 섭외를 받았다는 답을 들었다”는 것이다.
한국방송 새노조는 최씨가 박근혜 대통령의 선거대책위원회 총괄본부장을 지낸 김무성 전 의원의 처남인 데다, 최씨의 선친인 최치환 전 의원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만주군관학교 1년 후배라고 주장했다. 최치환 전 의원은 1943년 만주군관학교를 마치고 이승만 정권 때 내무부 치안국 보안과장·경무과장을 거쳐 공보실장까지 지냈다. 박정희 정권 때에는 <경향신문> 사장을 맡았다.
한국방송 새노조는 “실세 정치인과 특수관계에 있는 사람을 진행자로 기용할 때에는 신중에 신중을 거듭해야 하는데, 일방적으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이처럼 논란이 일자 최씨는 1일 오후 한국방송 쪽에 스스로 진행자를 맡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혀온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방송은 “최씨가 김 전 의원의 처남인 줄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섭외가 진행됐다”며 “알았더라면 한국방송이 공영방송의 가치를 스스로 훼손하는 일을 하진 않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방송 봄 개편은 그동안 ‘코드 맞추기’라는 논란을 불러왔다. 지난달 초에는 한국 현대사의 주요 사건들을 다루는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신설하기로 한 것이 알려지며 ‘박정희 시대를 미화하려는 의도’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한국방송은 3일 오후 봄 개편에 대한 설명회를 열 예정이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 세금 줄여 집거래 유도…위태로운 ‘부동산 부양’
■ 재벌 현금 보유는 ‘빅2’시대…삼성·현대차, 10대그룹의 64%
■ 별탈없이 학교 잘 다니던 대치동 ‘고3’마저…
■ ‘여보게 친구~웃어나 보게’ 대중 위로하더니…
■ [화보] ‘벚꽃엔딩’처럼…진해 군항제 개막
■ 세금 줄여 집거래 유도…위태로운 ‘부동산 부양’
■ 재벌 현금 보유는 ‘빅2’시대…삼성·현대차, 10대그룹의 64%
■ 별탈없이 학교 잘 다니던 대치동 ‘고3’마저…
■ ‘여보게 친구~웃어나 보게’ 대중 위로하더니…
■ [화보] ‘벚꽃엔딩’처럼…진해 군항제 개막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