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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어린이 독서왕’ 반교육성 논란

등록 2013-04-09 20:35수정 2013-04-09 22:31

‘케이비에스 어린이 독서왕’. 사진 한국방송 누리집 갈무리
‘케이비에스 어린이 독서왕’. 사진 한국방송 누리집 갈무리
선정된 책 읽고 퀴즈 풀게 해
“독서를 시험으로 만들어” 비판
책 독점유통 ‘이권사업’ 의혹도
<한국방송>(KBS) 한국어진흥원이 초등학교 3~6학년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케이비에스 어린이 독서왕’ 프로그램이 ‘독서의 상품화’ 논란에 휩싸였다.

‘어린이 독서왕’은 어린이 독서 문화 활성화를 명목으로 초등학교 3·4학년과 5·6학년들에게 각각 20권의 선정 도서를 읽히고, 책 내용을 출제 범위로 해 ‘독서 골든벨’이라는 퀴즈대회를 여는 사업이다. 주관 단체인 한국어진흥원이 지역별로 교육청의 후원을 받아 진행한다. 학교별로 시험과 예선을 치른 뒤 교육청별로 2차 예선에서 100명을 선발해 결선을 치른다.

참여 학생들은 학년별로 선정된 책 20권을 읽어야 한다. 이미 전체 선정 도서 40권은 시중에서 팔리고 있다. 표지에는 ‘KBS 어린이 독서왕’ 스티커를 붙이고 뒤에는 ‘독서지도안과 출제 예상문제’를 부록으로 붙여 기존 출고분과는 다르게 만든 형태다. 한국어진흥원은 6월부터 퀴즈대회를 열고 교육청별 대회 녹화분을 9월에 방영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출판계와 독서운동 시민단체들은 우려와 비판을 내놓고 있다. 한기호 출판마케팅연구소 소장은 블로그에 “시험이나 경쟁을 위한 책 읽기는 아이들을 책에서 멀어지게 만들 뿐”이라고 밝혔다. 한 소장은 책 선정과 유통 과정도 투명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어린이도서연구회, 어린이책시민연대와 같은 독서운동 단체들도 사업 중단을 요구하는 성명서를 준비하고 있다.

가장 비판을 받는 대목은 선정 도서를 출제 범위로 삼아 초등학생들을 경쟁시키는 방식이다. 독서를 시험으로 만드는 ‘반교육적’ 행위라는 것이다. 김영미 어린이책시민연대 활동가는 “공영방송과 교육청이 이런 사업에 나선다면 학교와 도서관은 그저 골라주는 책만 보고 문제만 푸는 장소로 전락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자발적이고 창의적인 독서와는 거리가 멀다는 말이다.

‘이권 사업’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KBS 어린이 독서왕’ 스티커와 부록을 붙인 책은 이 사업 대행사인 ‘북허브’가 독점적으로 유통하며, 이 회사는 각 출판사로부터 공급률(정가 대비 공급액) 45%로 책을 공급받는다. 출판사가 도매상에 적용하는 공급률이 일반적으로 65%인 점을 고려하면, 20%포인트의 차이가 발생한다. 한국어진흥원이 출판사들에 보낸 공문을 보면, ‘방송 프로그램’(25억원), ‘시험 시행’(5억원), ‘시험 평가’(7억원) 등 39억원을 ‘진행 비용’으로 산정해 공급률 45%의 근거로 삼고 있다.

한국어진흥원은 사업 대행사의 존재에 대해 “도서 유통뿐 아니라 ‘독서 골든벨’ 시험까지도 대행하기 때문에 그 역할이 크다”고 설명했다. 시중의 책을 선정만 해도 되는데 굳이 ‘KBS 어린이 독서왕’ 이름을 달고 부록까지 붙인 책이 필요한 이유에 대해서는 “기존 책만 공급하면 원활한 독서 지도가 안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학교 현장의 요구를 수용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추천도서’에 기대 학교로부터 대량의 납품 물량을 따내는 데 주력해온 어린이책 출판영업 구조가 이런 사업으로 이어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출판사 대표는 “반교육적인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하지만, 출판사 생계를 위해 참여하지 않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사진 한국방송 한국어진흥원 누리집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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