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 지침’
새노조 주장…“개인추문 축소 의도”
<한국방송>(KBS)이 윤창중 청와대 대변인의 성추행 의혹 보도 때 청와대 브리핑룸 화면을 사용하지 말라는 ‘보도 지침’을 내렸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한국방송은 또 이 사건을 두고 박근혜 대통령의 미국 순방 일정 화면을 쓰면서 윤 대변인 얼굴만 보이도록 처리해 파장을 축소하려는 듯한 보도 태도를 보였다.
전국언론노조 한국방송지부(새노조) 관계자는 10일 “보도국에서 윤 대변인 사건과 관련해 청와대 브리핑룸과 태극기가 들어간 화면을 쓰지 말라는 지침을 내렸다”며 “임창건 신임 보도본부장이 이런 식으로 정체성을 드러내는 게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한국방송 보도국 편집팀에 이날 오후 붙은 ‘공지사항’(사진)은 “윤창중 전 대변인 그림 사용시 주의사항”으로 “청와대 브리핑룸 브리핑 그림 사용 금지”와 “뒷배경 화면에 태극기 등 그림 사용 금지”를 적시했다. 또 “윤창중 그림 쓸 경우는 일반적인 그림을 사용해주세요”라고 적혀 있다.
실제로 한국방송의 이날 저녁 7시와 9시 뉴스에는 윤 대변인이 청와대 브리핑룸에 서 있는 모습은 나오지 않는다. 박 대통령과 함께 있는 장면도 없다. 윤 대변인이 미국 현지에서 브리핑하는 화면에 태극기가 잠깐 비쳤지만, 비행기 안에서 발언하거나 현지 행사에 참석한 장면은 윤 대변인 얼굴만 보이도록 주변을 흐리게 처리했다. 청와대 마크 등을 노출시키지 않고 윤 대변인 얼굴만을 내보내 이번 사건이 개인 차원의 추문임을 강조하려는 편집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한국방송 홍보팀은 보도본부 차원의 지침이 아니라 영상편집부가 편집 방침을 공유하려다 빚어진 오해라고 밝혔다. 홍보팀 관계자는 “이 사건이 나라 망신이라는 판단에 따라 태극기가 배경으로 있는 화면은 쓰지 말자고 했는데 잘 이해하지 못하는 부서원들이 있었다. 그래서 공지사항을 글로 써 붙이는 과정에서 오해가 생겨 청와대 브리핑룸 사진까지 쓰지 말라는 문구가 들어간 것으로 파악됐다”고 설명했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사진 한국방송 새노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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