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 부족·정치편향·출입처 동화 등
실제 사례로 저널리즘 위기 파헤쳐
특위 꾸린 기자들, 심층토론뒤 출간
실제 사례로 저널리즘 위기 파헤쳐
특위 꾸린 기자들, 심층토론뒤 출간
지난해 <문화방송>(MBC)의 대선 여론조사 보도에서는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가 늘 1위를 달리는 것처럼 나타났다.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어떤 때에는 양자 구도 지지율을, 다른 때에는 다자 구도 지지율을 앞세웠다. 양자 대결에서 박 후보가 1위를 놓친 적도 있었지만 이런 내용은 강조되지 않았다. 이 방송은 김승연 한화 회장이 법정구속됐다는 소식을 전할 때 “(한화가) 외롭고 힘든 싸움을 벌여야 할 것으로 예상됩니다”라고 표현했다. 재벌 기업들이 굵직한 광고주라는 점을 고려하면 보도의 배경에 의심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최근 ‘국정원 정치 개입’에서도 편파 보도 문제가 거론되는 가운데, 기자 집단 스스로 이런 보도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저널리즘의 기본 원칙을 세우려는 시도가 진행되고 있다. 방송기자연합회가 만든 ‘저널리즘 특별위원회’가 그 주인공이다.
저널리즘 특위는 최근 <방송 보도를 통해 본 저널리즘의 7가지 문제>(컬처룩 펴냄·사진)란 책을 펴냈다. 저널리즘 특위는 현업 방송기자들과 학자들이 결합해 만든 조직이다. 심석태(<에스비에스>), 최문호·정필모(<한국방송>), 이성주·임대근(<문화방송>), 김기봉·김호성(<와이티엔>) 기자와 강형철(숙명여대)·윤태진(연세대) 교수가 참여했다. 지난해 7월부터 거의 매달 회의를 열고 방송 보도의 문제점과 개선책을 심층적으로 토론했고, 그 결과를 올해 초 보고서 형태로 만든 바 있다. 이번엔 그 내용을 단행본으로 펴낸 것이다.
지은이들이 제시한 한국 저널리즘의 문제점은 ‘사실관계 확인 부족’ ‘정치적 편향’ ‘광고주 편향’ ‘출입처 동화’ ‘자사 이기주의’ ‘시청률 집착’ ‘관습적 기사 작성’ 등 일곱가지로 정리된다. 의혹을 제기하면서 반론은 담지 않은 보도, 특정 정치 세력에 유리한 사실만 전하는 보도, 광고주를 미화한 보도 등 꼼꼼하게 제시한 실제 사례들은 이런 평가를 튼튼하게 뒷받침한다.
특위 위원장인 심석태 에스비에스 국제부장은 “언론인은 전문직인데도 그에 걸맞은 체계적 저널리즘 교육은 없다. 전문 지식인으로서 정체성을 가지지 못하고 그저 월급쟁이로 살아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외부 요인을 탓하기에 앞서 언론인들 스스로 내부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고쳐야 한다며 “잘못된 보도를 지적해내고, 이로부터 저널리즘이 지켜야 하는 기본 원칙을 논의할 수 있는 장을 만들기 위해” 특위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방송기자연합회는 이 책을 신입기자 교육 등에 활용할 계획이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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