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찬경 전 미래저축 회장
100억 출자 리앤장실업, 김씨 관련 유령회사 의심
지분율 5% 규제 피하려고 ‘쪼개기 투자’ 했을수도
지분율 5% 규제 피하려고 ‘쪼개기 투자’ 했을수도
<동아일보> 종합편성채널(종편) <채널에이>의 자본금 가운데 모두 206억원이 저축은행 비리로 수감된 김찬경 전 미래저축은행 회장 쪽에서 나왔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지금까지 알려진 것의 두 배로, 투자 배경과 함께 사실상 주요주주인 것으로 보이는 김 회장 쪽이 방송통신위원회의 심사를 제대로 받지 않은 점을 놓고도 논란이 일 전망이다.
인터넷 언론 <뉴스타파>는 “채널에이에 100억원을 출자한 리앤장실업의 전임 이사가 ‘(리앤장실업은) 미래저축은행의 자금을 운용하기 위해 만든 페이퍼컴퍼니이며, 채널에이에 출자한 100억원도 김찬경씨 것’이라고 밝혔다”고 8일 보도했다. 리앤장실업은 자본금이 5000만원에 불과한 부동산 업체로 채널에이에 거액을 투자한 것으로 밝혀져 의문을 자아낸 바 있다. 이 회사는 종편 사업 신청 마감 직후인 2010년 12월3일 설립됐고, 서울 서초동의 작은 사무실이 1년 뒤 문을 닫아 ‘유령회사’라는 의심을 받았다.
김 전 회장이 리앤장실업의 실소유주라면 김 전 회장 쪽이 채널에이에 투자한 돈의 전체 규모는 206억원에 달하게 된다. 미래저축은행이 46억원을 출자했고, 60억원을 출자한 중소기업 고월 역시 김 전 회장이 차명으로 소유한 업체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검찰은 지난해 6월 “김 회장이 골프장 관리 업체 고월의 실소유주이며, 이곳에 모두 4300억원대의 불법 대출을 해줬다”고 밝혔다. 고월은 그가 구속된 뒤인 2012년 12월26일부터 기업회생 절차에 들어갔다. 채널에이의 자본금 가운데 206억원이나 되는 돈이 예금자들 돈을 횡령한 죄로 1심에서 징역 9년을 선고받은 김 전 회장한테서 나왔다면 법적으로나 도덕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채널에이의 모회사인 동아일보는 종편 납입자본금 채우기에 매달릴 무렵인 2011년 1월19일 ‘저축은행 위험 과장, 누구에게도 도움 안돼’란 제목의 김 전 회장 인터뷰 기사에서 미래저축은행이 견실하다고 보도했다.
돈의 규모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채널에이의 자본금이 4076억원이기 때문에 206억원(5.05%)은 종편 주요주주 요건인 ‘지분율 5%’를 웃돈다. 방통위는 종편 승인을 심사하면서 승인 의결 때부터 승인장을 교부하는 시점 사이에 주요주주에 변동이 있다면 승인 자체를 취소할 수 있게 했다. 미래저축은행은 채널에이의 사업 승인 신청 당시 주요주주로 신고하지는 않았다. 따라서 방통위가 명목상의 주주만 따져 ‘쪼개기’ 투자를 제대로 따지지 않았기 때문에 규제 공백이란 지적이 나온다. 방통위 관계자는 “당시 기준에 따라 서류상으로 요건만 충족되면 승인을 해줄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최민희 민주당 의원은 9일 “김 전 회장은 사실상 채널에이의 주요주주인데도 꼼수와 편법, 탈법을 동원해 주요주주에 대한 규제를 피해갔다. 투자 과정에서 횡령 등 불법이 있었는지, 채널에이가 이를 알고도 투자를 받았는지 등을 확인하고 필요하다면 법률적 조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 돗자리와 라면 들고 국정원으로 피서왔어요…‘국정원 감시단’의 하루
■ 국세청장들은 왜 줄줄이 감옥에 가나?
■ 텐트 하나에 400만원…캠핑 온 거니? 장비 자랑 온 거니?
■ “어떻게든 형님 마음에 들어볼까…” 김무성에 대한 김재원의 ‘굴종’ 왜?
■ [화보] 눈뜨고 못볼 4대강 후유증…깎이고 꺼지고
■ 돗자리와 라면 들고 국정원으로 피서왔어요…‘국정원 감시단’의 하루
■ 국세청장들은 왜 줄줄이 감옥에 가나?
■ 텐트 하나에 400만원…캠핑 온 거니? 장비 자랑 온 거니?
■ “어떻게든 형님 마음에 들어볼까…” 김무성에 대한 김재원의 ‘굴종’ 왜?
■ [화보] 눈뜨고 못볼 4대강 후유증…깎이고 꺼지고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