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댓글 작업 심리전 파트 12개나 된다’ 기사
비서실 “직원의 오판으로 벌어진 해프닝”
KBS 기자협회, 재발 방지책 마련 등 요구
비서실 “직원의 오판으로 벌어진 해프닝”
KBS 기자협회, 재발 방지책 마련 등 요구
<한국방송>에서 단독으로 보도했던 ‘국정원 심리전단 파트 12개’ 기사를 두고, 사장 비서실의 지시를 받은 이 회사 안전관리실 직원이 보도본부로 찾아와 이 기사를 인터넷에서 제외할 것을 요구했던 일이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한국방송 기자협회는 23일 저녁 사내게시판에 올린 글을 통해, 21일 안전관리실 직원이 한국방송 보도본부 디지털뉴스국을 찾아와 전날인 20일 한국방송 <뉴스9>에서 방송했던 국정원 관련 단독보도를 인터넷에서 뺄 것을 요구했으나 디지털뉴스 담당자가 이를 거절했다고 밝혔다. 안전관리실 직원은 기사 삭제 요구에 대해 “사장 비서실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사장 비서실에서는 “인터넷 기사를 삭제하려던 것이 아니라 사내 엘리베이터 모니터 뉴스스크롤에서 해당 기사를 내리려고 했던 것이며, 인터넷 기사와 뉴스스크롤이 연동된다는 사실을 몰라 사내방송 차원의 업무라 생각해 안전관리실에 연락한 것”이라고 해명하고 기자협회 쪽에 사과했다. 한국방송 홍보실 관계자는 “사장의 지시가 아닌 비서 개인의 오판으로 벌어진 해프닝으로 밝혀졌다”고 전했다.
해당 기사는 ‘심리전단 파트 12개’라는 제목으로 “정치와 관련된 댓글 작업을 했던 국정원의 심리전 파트가 모두 12개나 됐던 것으로 확인됐다”는 내용으로, 국정원의 댓글 작업이 검찰의 수사 영역보다 훨씬 더 폭넓게 이뤄졌다는 의혹을 짚은 기사다. 이 기사는 애초 19일에 발제됐지만 보도되지 않았고, 한국방송 새노조 등 내부에서 반발이 일자 다음날인 20일에 보도된 것으로 알려졌다.
디지털뉴스 담당자가 안전관리실의 요구를 거절했고 비서실에서도 기자협회 쪽에 경위를 해명하고 사과까지 했지만,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비서실의 해명처럼 인터넷 기사가 아닌 사내 엘리베이터에 나오는 기사를 대상으로 삼았다고 하더라도, 비서실에서 뉴스 콘텐츠 게재에 개입하려 했던 것 자체가 제작 자율성을 침해한 일이라는 것이다.
기자협회는 사내게시판에 올린 글에서 “뉴스 콘텐츠에 대해 개입하는 일을 과연 비서 개인이 독단적으로 할 수 있나 하는 의아심은 여전하다. 이런 일이 다시 반복되지 않도록 재발 방지책이 진정성 있는 사과와 함께 마련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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