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언론노조 한국방송본부(새노조) 조합원들이 4일 서울 여의도 <한국방송>(KBS) 본관 민주광장에서 <진품명품> 프로그램 진행자 교체를 규탄하는 내용의 ‘공정방송 사수를 위한 결의대회’를 열고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진품명품’ 아나운서 교체 갈등
회사, 프로그램 파행뒤 녹화강행
PD들 제작거부 논의 내홍 계속
서울시 간첩사건 다룬 ‘추적60분’
‘황정민의 에프엠 대행진’도 논란
회사, 프로그램 파행뒤 녹화강행
PD들 제작거부 논의 내홍 계속
서울시 간첩사건 다룬 ‘추적60분’
‘황정민의 에프엠 대행진’도 논란
<한국방송>(KBS)이 잇단 ‘제작 자율성 침해’ 시비로 몸살을 앓고 있다. <추적 60분>과 <역사저널 그날>부터 최근 고미술품 감정 프로그램인 <진품명품>까지 프로그램 불방과 진행자 교체를 둘러싸고 기자·피디들과 사쪽의 대립이 심화되고 있다.
‘<진품명품> 사태’는 가을 개편을 5일 앞둔 10월16일 기존 진행자인 윤인구 아나운서 대신 김동우 아나운서가 새 진행자로 갑자기 선정된 것에 대해 제작진이 ‘낙하산’이라고 반발하면서 촉발됐다. 이에 대해 사쪽이 제작 피디들을 전원 교체하는 강수를 두자, 피디들은 11월4일 규탄 집회와 5일 피디협회 총회 등을 열어 “제작 자율성 침해”의 시정을 요구하며 맞서고 있다. 사쪽은 6일 <진품명품>에서 배제시킨 제작진 가운데 방송문화연구소로 발령이 난 김창범 피디를 제외한 나머지 3명을 원래 자리로 복귀시켰으나, 7일 김동우 아나운서를 진행자로 해 녹화를 강행했다. 피디 40여명은 이날 녹화 현장에 찾아가 손팻말을 들고 침묵시위로 반대의 뜻을 밝혔다. 한국방송 피디들은 제작 거부와 함께 진행자 교체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법원에 내는 대응책도 논의해 갈등이 쉽게 수그러들지 않을 전망이다.
한국방송 구성원들 중 <진품명품>의 진행자 교체 건이 이렇게 커질 것으로 예상한 이는 많지 않았다. <추적 60분>처럼 민감한 현안을 다루는 시사 프로그램이 아닌데다, 진행자 선정 등에서 의견 충돌이 발생해도 원만하게 해결한 전례가 많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쪽이 새 진행자를 반대하는 제작진을 교체하는 데까지 이르자, 피디들 사이에서는 “사쪽이 왜 이렇게까지 나오는지 모르겠다”, “저렇게까지 새 진행자를 감싸는 이유가 뭐냐”와 같은 반응들이 나온다.
한국방송 피디들은 이번 사태를 길환영 사장이 취임한 뒤로 시사·교양 제작 부문에서 반복돼 온 ‘제작 자율성 침해’의 연장선상에서 보고 있다. 최근 역사 교양 프로그램인 <역사저널 그날>이 역사 왜곡 논란의 대상인 교학사 교과서에 대해 날선 비판을 한 주진오 상명대 교수를 패널로 섭외했다가 불방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당시 사쪽은 “방송 순서가 바뀐 것일 뿐”이라고 했지만, 제작진은 주 교수를 출연시키지 말라는 간부들 지시가 있었다고 밝히며 “제작 자율성 침해”라고 주장했다. 그 전에는 ‘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 무죄 판결의 전말’을 다룬 <추적 60분>도 방송이 연기돼 논란을 빚었다.
라디오 프로그램 <황정민의 에프엠 대행진> 역시 비슷한 상황에 놓여 있다. 애초 제작진이 짤막한 시사 코너에 출연할 패널로 한 기자를 섭외했는데, 사쪽에서 교체를 지시해 제작진이 반발하고 있다. 기자들과 피디들은 이 기자가 한국방송 양대 노조의 하나인 새노조 간부를 지낸 게 영향을 미쳤다는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다. .
한국방송의 한 피디는 “현장의 피디와 간부가 이미 협의한 내용이 나중에 갑자기 뒤집히는 사례가 많아졌다. 피디 출신인 길 사장이 취임한 뒤로 시사·교양 부문의 제작 자율성 침해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국방송 사쪽은 “진행자 선정은 진행자선정위원회에서 인력 운용의 모든 측면을 고려해서 결정하는 것으로, 제작 자율성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밝혔다. 시사·교양 부문에 제작 자율성 침해 논란이 잦은 이유에 대해서는 “각각의 프로그램이 속한 부문이나 성격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하나로 묶어서 보긴 어렵다”고 밝혔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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