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미디어

박 대통령 외국순방 보도, 낯 뜨거운 ‘칭찬 3종 세트’

등록 2013-11-14 20:24수정 2013-11-14 21:35

박근혜 대통령이 5일 영국 런던 버킹엄궁에서 열린 국빈만찬에 참석하기 위해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과 함께 한복을 입고 만찬장으로 가고 있다. 런던/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박근혜 대통령이 5일 영국 런던 버킹엄궁에서 열린 국빈만찬에 참석하기 위해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과 함께 한복을 입고 만찬장으로 가고 있다. 런던/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한복패션·유창한 외국어·극진 예우
일방적 홍보 치우친 언론보도 봇물

프랑스어 연설에 언론들 “발음 좋다”
실제내용 “한국 공공부문 시장 개방”
칭찬 일색에 정작 중요한 사실 놓쳐
박근혜 대통령의 외국 순방에 대해 일방적 홍보에 치중하는 언론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미국과 중국 방문에 이어 최근 서유럽 순방에 이르기까지 국내 언론이 ‘한복 패션’과 ‘현지어 사용’, ‘극진한 예우’라는 ‘3종 세트’를 앞세우는 보도가 공식처럼 굳어가는 모양새다.

박 대통령의 지난주 서유럽 순방에 대한 언론 보도들을 모아 보면 ‘3종 세트’가 두드러진다. 9월 한-베트남 정상회담을 앞두고 4개 면을 펼쳐 박 대통령의 한복 패션을 집중적으로 다룬 <동아일보>는 서유럽 순방에서도 한복 패션을 강조했다. 영국 국빈만찬 소식을 전하는 7일치 지면에서 ‘유럽인들이 좋아하는 오렌지색으로 품격과 친근함을 동시에…’라는 출처 불명의 인용문과 더불어 “패션을 통해 ‘색의 정치’를 선보였다”며 대통령의 한복 패션을 추어올렸다. <중앙일보> 계열 종편 <제이티비시>는 11일 한복 디자이너와 패션 전문기자를 패널로 출연시켜 ‘대통령의 한복 외교’를 주제로 다뤘다.

‘극진한 예우를 받았다’는 보도도 천편일률적으로 반복됐다. 다수 신문들은 6일치 1면에 영국을 찾은 박 대통령이 영국 여왕과 함께 ‘황금 마차’를 탔다는 소식을 사진과 함께 전했다. 인터넷신문 <이데일리>는 영국 국빈만찬 소식을 전하면서 “아침부터 비를 퍼붓던 하늘은 환영식이 시작될 즈음부터 개기 시작했고, 박 대통령을 태운 왕실마차가 버킹엄궁에 들어설 때는 햇빛이 쨍쨍 비쳤다”고 해, 누리꾼들 사이에서 ‘21세기 용비어천가’라는 말을 들었다.

언론들은 미국·중국 방문 때와 마찬가지로 대통령의 ‘유창한 현지어 구사’에도 초점을 맞췄다. <한국방송>(KBS)은 4일 <뉴스9>에서 박 대통령이 프랑스 경제인 모임에서 20분간 프랑스어로 연설한 것을 보도하면서 “유학 경험 등 프랑스와의 각별한 인연을 가진 한국 대통령의 프랑스어 연설에 양국 경제인들은 기립박수로 화답했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5일치 ‘박 대통령 20분간 불어로 연설… 기립박수 받아’ 제목의 기사에서 “불어에서 어려운 ‘에르(r)’ 발음과 연음 발음을 잘해서 깜짝 놀랐다”는 교민 반응이 나왔다며 “박 대통령은 순방 때 현지어 연설로 방문국 국민의 마음을 사로잡곤 했다”고 전했다. 다수 매체가 거의 같은 식의 보도를 했다.

그러나 ‘공공부문 시장 개방’ 등 연설에 담긴 내용을 전한 국내 언론은 어디에도 없었다. 프랑스 현지 신문 <르몽드>는 4일치에서 “박 대통령이 외국 기업들에 대해 한국의 공공부문 시장을 조만간 개방하겠다고 공표한 사실에 프랑스 쪽 청중이 특히 만족했다”며 “특히 비관세 장벽을 폐지함으로써 양국 간 교류에 장애가 되는 일련의 장벽들을 제거하기 위한 대통령 시행령이 며칠 이내에 나올 것이라고 박 대통령이 분명히 밝혔다”고 전했다. 실제로 연설 직후인 5일 국무회의에서는 1년 넘도록 계류돼 있던 세계무역기구(WTO) 정부조달협정(GPA)의정서 개정안이 기습적으로 의결돼, 외국 자본이 국내 철도 기간망 전 분야에 뛰어들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이런 사실은 13일에야 <한겨레> 보도로 뒤늦게 알려졌다. 이 때문에 국내 언론이 칭찬 일색 보도에만 정신이 팔려 정작 중요한 내용은 취재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밖에도 ‘창조경제’나‘문화외교’ 같은 청와대의 홍보용 수식어를 덮어놓고 가져다 쓰며 대통령 홍보에 주력한 보도가 넘쳐났다. <연합뉴스>는 4일 박 대통령의 프랑스 오르세 미술관 방문 소식을 전하며 “창조경제에 영감 얻기”라는 제목을 달았는데, 이는 청와대 관계자의 발언을 그대로 옮긴 것이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