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중동도 일제히 비난 가세
공영방송과 보수 신문들이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한 천주교 정의구현 전주교구 사제단 박창신 원로신부의 ‘엔엘엘(NLL) 발언’을 일제히 주요 쟁점으로 부각시키며 정의구현사제단 때리기에 나섰다. 정의구현사제단 쪽 핵심 메시지인 ‘국가기관 불법행위 비판’은 외면하고 ‘종북몰이’로 국면 전환을 꾀하는 여권에 힘을 보태는 모양새다.
<한국방송>(KBS) <뉴스9>은 25일, 전날처럼 머리기사부터 연속 네 꼭지로 박 신부 발언 논란을 보도했다. 한국방송은 “용납하거나 묵과하지 않겠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발언을 전하며 “국가 정체성을 수호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라는 해석을 붙였다. 검찰이 박 신부 발언의 위법성 검토에도 착수했다고 보도했다. 전날에는 박 신부 발언에 대한 국방부의 비판을 머리기사로 내세웠다. 23일에는 정의구현사제단에 대해 “언로가 보장돼 있고 민주적인 절차가 지켜지고 있는 상황에서 종교를 등에 업고 정치 구호를 외치면서 분란과 갈등을 불러오고 있다”고 비판했다.
전국언론노조 한국방송본부(새노조)는 25일 ‘뉴스 모니터’에서 “9시 뉴스는 엔엘엘 발언이 나온 맥락은 거두절미하고 가장 자극적인 부분만을 편집해서 반복적으로 내보내고 있다”며 “정권 편들기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문화방송>(MBC) <뉴스데스크>도 이날, 사흘째 박 신부 발언 관련 뉴스를 머리기사를 포함해 이어진 세 꼭지로 다뤘다. 정의구현사제단이 “민주화에 큰 역할을 한 것은 분명”하다면서도 “2008년 광우병 촛불집회를 주도한 이후로는 사제단에 거부감을 드러내는 사람들이 크게 늘었다”고 주장했다.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도 ‘종북’ 논란을 적극 키우는 태도를 보였다. 조선일보는 25일치 2면에 ‘대한민국수호 천주교인 모임’ 김계춘 신부 인터뷰를 실어 “사제단이 공산당을 이롭게 한다”는 말을 전했다. “레닌은 신부 한 명을 포섭하는 것이 1개 사단 병력을 늘리는 것보다 낫다고 했다”는 말도 전해 레드콤플렉스를 자극하기도 했다.
중앙일보는 정의구현사제단에 대해 “노무현 정부 출범을 전후로 활동이 이념 쪽으로 쏠렸다”, “이명박 정부 때에는 반정부 활동을 강화하면서 반미 노선을 더욱 선명히 했다”며 ‘종북’ 주장에 힘을 실었다. 동아일보는 박 신부 발언 기사에서 “종북주의자가 적입니까?”라는 제목을 달았고, 정의구현사제단이 “90년대 이후에는 편향된 통일관으로 파장을 일으켰다”고 보도했다.
한편 한국방송과 문화방송, 종합편성채널 <티브이조선> <제이티비시> <채널에이>는 시국미사를 촬영한 인터넷 언론 <팩트티브이>의 영상이나 음성을 무단으로 사용해 비판을 받고 있다. 이들은 팩트티브이가 촬영한 영상과 음성을 이 회사 로고를 지운 채 23일 내보냈다. 팩트티브이 쪽은 “저작권 위반 행위로 법적 대응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한국방송은 인터넷 블로거 ‘미디어몽구’가 찍은 사제단의 거리 행진 영상도 허락 없이 쓴 것으로 드러났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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